결국 두산 양의지는 미세골절을 당했다.
그는 19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4회말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오른쪽 발등을 맞았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5회 타석에 들어섰지만, 타격의 힘을 실어야 하는 오른발에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결국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절뚝거리며 벤치로 향했다. 5회 수비에서 최재훈으로 교체됐다.
동마산 병원에서 촬영한 X-레이 촬영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양의지는 계속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서울로 올라와 CT 촬영을 병행했다. 그러자 우측 엄지발톱 끝부분 미세골절이 나타났다.
두산 측은 "부상부위가 크지 않다. 의학적 치료는 필요없다. 자연 치유가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양의지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양의지는 "진통제라도 맞고 뛰고 싶다"고 했다. 때문에 3차전 선발 출전은 쉽지 않지만, 경기 중반 대타나 대수비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현 시점이 포스트 시즌이라는 점이다.
양의지는 두산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력이다. 올 시즌 최고의 포수 중 한 명이다. 공수에서 모두 그렇다.
그의 비공식 별칭은 '양사장'이다. 통통한 몸매에 항상 선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뇌 회전이 빠르다.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이나 투수 리드가 일품이다. 때문에 나온 애칭이다.
투수진의 절대적 신뢰를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배터리의 호흡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 포스트 시즌에서 두산 투수진은 호투하고 있다. 양의지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마운드에서 걱정없이 볼을 뿌리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잔 부상이 많았던 양의지는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의 강력한 신뢰 속에 시즌 전부터 이미 주전 자리를 확보했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의 주전 포수는 누가 뭐래도 양의지"라고 했다. 백업 포수 최재훈의 기량도 훌륭하지만, 아직까지 양의지의 존재감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양의지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투수진의 미세한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타순에서도 영향이 있다.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가 부진하다. 주전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양의지는 꿋꿋하게 5번 타자 역할을 했다.
민병헌을 3번, 김현수를 4번에 배치하면서 준수한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했다.
김 감독은 "양의지가 5번에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 투수진이 가지는 부담이 있다"고 했다. 테이블 세터진과 민병헌 김현수가 만든 찬스를 양의지가 해결해 준다는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 실제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9회 대역전극의 마지막을 장식한 양의지다. 쐐기 3루타를 터뜨린 뒤 상대 투수 폭투 때 과감한 홈 쇄도를 성공,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미세골절 부상으로 정상적인 타격이 쉽지 않게 됐다. 선발 출전이 어렵기 때문에 3차전, 두산 타순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양의지의 부상은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 강력한 변수가 되고 있다.
양의지는 어떤 식으로든 3차전, 그리고 남은 경기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부상 여파를 어떻게 극복할 지는 미지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