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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4차전 9회폭발, 두산 나비효과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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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치 못한 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지난 18일 마산구장에 운집한 NC팬들은 1회말부터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두산 에이스 니퍼트의 구위는 상상이었다. 거침없는 피칭으로 9이닝 3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NC타자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었다.

경기후 두산 김태형 감독마저 "잘 던져 줬으면 했는데 이 정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외국인투수 포스트시즌 완봉승은 2007년 한국시리즈 1차전 다니엘 리오스(두산), 2009년 한국시리즈 5차전 아퀼리노 로페즈(KIA) 이후 6년만. 플레이오프 외국인투수 완봉승은 사상 최초였다.

이 모든 것은 사실 지난 14일 두산-넥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씨앗이 됐다. 두산은 9회초에만 무려 6득점하며 11대9, 대역전승을 따냈다. 당시 두산은 병살타 3개를 때리며 자멸하는 분위기였다. 경기후 김태형 감독 스스로 "역전승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했다. 16일 열릴 예정이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은 자동소멸됐다. 두산은 나흘간의 꿀맛 휴식을 취하고 마산으로 왔다.

더 중요한 것은 5차전 선발로 나설 예정이던 니퍼트를 아낄 수 있었다. 니퍼트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여유있게 플레이오프 1차전을 준비했고, 더 강해졌다. 시즌 내내 어깨 부상과 부진 등으로 코칭스태프를 고민에 빠뜨렸던 니퍼트지만 가장 중요한 시점, 화려하게 변신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80%. 두산은 한국시리즈 진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이 거대한 변화는 준PO 4차전 막판 갑작스럽게 난조에 빠진 넥센 마운드, 두산 타선의 응집력 폭발에서 비롯됐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멀리 미국의 날씨를 바꿀 수도 있다는 '나비 효과'를 연상시킨다.

니퍼트는 역대로 삼성에 특히 강했다. '사자 킬러'로 불렸다. 올해 최고 외국인투수로 손꼽히는 한화 에스밀 로저스를 상대한 삼성 타자들은 "직구는 니퍼트만 못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니퍼트의 묵직한 직구는 리그 정상급이다. 컨디션만 좋다면 쉽게 때리기 힘들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올라 삼성을 상대한다면 이는 포스트시즌 전체 판도에 큰 회오리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

작은 빈틈을 물고 늘어지면 찬스를 잡을 수 있고, 찬스가 이어지면 득점도 가능하고, 이어 빅이닝도 만들 수 있는 법이다. 한경기 승부에 따라 다음 경기, 다음 시리즈는 크게 영향을 받는다. 터닝포인트가 그날밤 한번으로 끝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을야구는 이제 막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