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짜리 초보 감독이었다. 프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배웠단다. 축구 미생들의 무한도전. 청춘FC가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14일 K리그 챌린지 선발팀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자선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를 끝으로 청춘FC는 막을 내렸다.
경기가 끝난 뒤 청춘FC의 수장 안정환을 만났다. "체육부 기자들과 오랜만에 인터뷰한다"고 나선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이날 경기에 대해서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0대2로 졌지만 결과는 상관없다고 했다. 그는 "관중도 많이 왔다. 챌린지 선발 선수들도 열심히 뛰었다"며 "승패는 상관없다. 어차피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상대다. 무엇보다도 우리 선수들도 챌린지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도자로서 첫 걸음이었다. 그는 "지도자로서 선수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 많은 공부가 됐다.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마음'이었다. 안정환은 "선수 때 지도자의 마음을 잘 몰랐을 때도 많았다.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쓴 맛을 많이 봤다. 좋은 선수가 있으면 감독이 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맨땅에서 시작했다. 앞으로 이보다 더 어려운 팀을 맡지는 못할 것"이라고 웃었다.
가능성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분명 많이 발전한 친구들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클래식이나 챌린지에서 뛰고 있는 선수처럼 되려면 한 단계 올라가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중간에 오랜 시간 쉬었던 선수들도 있다. 그 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프로를 쫓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치상 맞지 않는다"며 "이만큼 발전해서 많이 좁힌 것도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미래도 걱정했다. 이제 선수들 모두 냉엄한 현실 앞에 서게 된다. 프로팀의 선택을 받는 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있을 것이다. 안정환도 알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선수들에게 '여기서도 못하면 원래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방송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팀을 못찾으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강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 다시 예전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마음의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 주위에서도 따뜻한 말을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경기에는 4000명이 넘는 관중들이 찾아왔다. 평일 낮인데다 유료 경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구름 관중이었다. K리그에 많은 것을 시사했다. 안정환은 "K리그가 더 인기를 끌려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며 "물론 각각의 스토리가 있겠지만 부각시켜야 한다. 그런 스토리를 통해 관중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우선 휴식'을 선언했다. 그는 "일단 쉬고 난 다음에 일을 생각해보겠다"면서 "이상하게 축구일은 희한하다. 내가 가까이가면 멀어지고, 내가 멀어지면 축구가 가까이 온다. 어쨌든 축구일을 다시 하게될 것"이라고 했다. 잠실=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