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착한관전평] 조상우 8회 소환, 두산의 '효율적 패배'

by

야구엔 100%가 없다. 수많은 경우의 수, 가정, 환희와 아쉬움이 응축돼 있다. '독한 관전평'은 승리팀이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채워야할 부분을 들여다 본다. '착한 관전평'은 진 팀의 아쉬움 속 진한 여운을 헤아린다. 가을 잔치에 초대된 팀들은 한 시즌 칭찬받아 마땅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들의 진한 땀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편집자 주>



<어긋난 계산 두산, 결국 선발 공략은 못했다>



8회 2사 후 터진 정수빈의 안타는 큰 의미를 지닌다. 호락호락 넥센의 계산대로 끌려가지 않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일단, 넥센 에이스 밴 헤켄의 호투에는 박수를 보낸다. 절체절명의 시점에서 '에이스의 품격'을 보였다. 8회 2사까지 확실히 두산 타선을 완벽히 봉쇄하면서, 시리즈의 새로운 변수를 만들었다.

만약, 밴 헤켄이 9회까지 완투했다면, 두산 입장에서는 계산기를 다시 두드릴 필요가 있었다. 8회까지만 깔끔히 막았어도 두산은 경계심을 품어야 했다. 넥센의 '유일한' 믿을맨 조상우가 1이닝만을 소화하며 체력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4차전에서 이 변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두산은 8회 결국 2득점했다. 이 과정에서 밴 헤켄을 8회 마운드에서 밴 헤켄을 끌어내리고, 조상우를 올라오게 만들었다. 2사 후 정수빈의 좌전 적시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7회까지 무득점에 그친 두산의 타선은 탓할 수 없다. 워낙 밴 헤켄의 공이 좋았다. 두산 입장에서도 예상이 다 됐던 부분이다.)

넥센 입장에서는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조상우의 의존도가 매우 심하다. 와일드카드 경기(49개)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48개)을 통해 97개의 공을 던졌다. 그는 "힘이 여전히 넘친다"고 했지만, 완벽한 '블러핑'일 가능성이 높다. 단언컨대, 두산에서 이 말을 믿을 선수는 하나도 없다. 즉, 3차전에서 그가 얼마나 던지는 지는 매우 중요했다.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가 늘어난 것 뿐이지만, 1이닝을 소화하는 것과 1⅓이닝을 소화하는 것은 체력적 문제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야구 상식이다. 즉, 4차전에서 넥센 벤치는 더욱 더 조상우의 기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공의 위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고, 일찍 올렸다가 막판 구위가 뚝 떨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두산은 계산대로 했다. 경기를 일찍 포기했던 것도 아니지만, 투수 기용은 완벽히 정석적이었다. 선발 유희관 이후 노경은 진야곱 오현택 윤명준이 올라왔다. 그들은 모두 투구수가 30개를 넘지 않았다. 게다가 두산 불펜의 핵심인 앤서니 스와잭과 함덕주 이현승은 이틀동안 푹 쉬었다. 결국 돌발상황에서 쓸 수 있는 원 포인트 계투조와 필승계투조가 모두 싱싱하게 살아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두산은 3차전에서 패했지만, '무리하지 않았다'.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4차전을 대비하는 '노련한' 패배를 했다. 때문에 3차전의 패배가 선수단에게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4차전에 끝낼 수 있는 기세를 8, 9회 공격에서 보여줬다.

넥센 선발은 양 훈이다. 1차전에서 호투했지만, 사흘 쉬고 마운드에 올라온다. 반면 두산은 시즌 막판 호투했던 이현호가 선발로 나선다. 포스트 시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기 초반 난조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B 플랜은 충분히 마련한 상태다. 반면 넥센은 양 훈이 무너지면, 대책이 없다. 여전히 두 팀의 힘 차이는 존재한다. 4차전은 두산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목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