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A컵은 단 두 고개만 남았다. 4강 그리고 결승전이다.
2015년 하나은행 FA컵 4강전의 휘슬이 14일 오후 7시30분 울린다. 무대는 울산과 인천이다. 울산은 FC서울, 인천은 전남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단판승부다. 전후반 90분동안 희비가 엇갈리지 않으면 연장전을 치른다.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로 이어진다.
FA컵에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있다. 챔피언에게 돌아가는 한 장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이다. FA컵의 가장 큰 선물이다. 4강에 오른 4개팀의 K리그 클래식 명암은 극과 극이었다. 인천(승점 45·7위), 전남(승점 42·8위), 울산(승점 40·9위)은 그룹B로 떨어졌다. 그룹A에 포진한 팀은 서울(승점 54·5위)이 유일하다.
치열하게 스플릿 경쟁을 펼친 인천, 전남, 울산은 강등에서 자유롭다. K리그는 순위 결정전만 남았다. FA컵은 유일한 동력이다. ACL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은 FA컵 우승 뿐이다.
서울은 K리그에서도 기회가 열려있다. 리그에서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리면 ACL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그러나 물고 물리는 구도라 장담할 수 없다. 서울 또한 1차적으로 FA컵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강 두 경기 가운데 관심을 끄는 빅뱅은 역시 울산과 서울의 만남이다. 서울은 FA컵에 아픔이 있다. 지난해 악전고투 끝에 결승에 올랐다. 1998년 이후 16년 만의 FA컵 우승을 꿈꿨다. 상대가 성남이고, 홈이어서 객관적인 싸움에서도 우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우승컵의 주인은 서울이 아니었다. 120분 연장혈투 끝에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4로 무릎을 꿇었다. 안방에서 성남의 우승 세리머니를 허망하게 지켜봐야 했다. 올해 그 한을 씻어내야 한다.
창단 후 단 한차례도 FA컵 정상을 밟지 못한 울산도 1998년 이후 17년 만에 FA컵 결승 진출을 노리고 있다. 1998년의 경우 서울의 전신인 안양에 패해 준우승했고, 그 외에는 4강에서 줄곧 멈췄다. 1996년 1회 대회를 포함해 7차례나 4강에서 탈락했다.
올 시즌 두 팀의 상대전적은 1승1무1패, 호각지세다. 곳곳이 전선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44)과 윤정환 울산 감독(42)의 지략대결, K리그에서 나란히 14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아드리아노(서울)와 김신욱(울산)의 킬러 전쟁 등 스토리가 풍성하다.
두 감독은 현역 시절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선 최 감독은 스트라이커, 윤 감독은 미드필더로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윤 감독은 "현역 때 많은 골의 도움을 줬기 때문에 이제 받아야 한다. 구걸하는 것은 아니다. 정정당당한 경기를 통해 받아가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선수때 윤 감독 덕에 더 빛날 수 있었다.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코가 석자다.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아픔을 지우고 싶다. 도움은 내가 받아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아드리아노는 울산, 김신욱은 서울 킬러다. 아드리아노는 올 시즌 울산을 상대로 2골을 터트렸다. 김신욱은 올해에는 서울을 상대로 한 골 뿐이지만, 지난해에는 두 경기에서 3골을 터트렸다. 둘 가운데 화제의 중심은 김신욱이다. 윤 감독은 "우리의 강점이자 약점이 신욱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지난 몇년간 김신욱 트라우마가 있었다. 김신욱을 어떻게 막느냐 보다는 전체를 생각하겠다. 머리를 비울 생각"이라고 했다.
두 팀 모두 결승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4강전에서 혈전이 성사됐다. K리그에서 서울은 2연승, 울산은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를 기록 중이다. 울산은 A매치에 차출된 김승규가 조기복귀했다. 그라운드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결코 양보는 없다. 진검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