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장 공주 같은 팀이다."
시즌 개막 전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의 냉정한 평가였다. 그러면서 '공주 배구'를 탈피하기 위한 힘으로 외국인 공격수 캣벨의 파이팅을 꼽았다. 이 감독은 "캣벨이 코트에서 얼마나 활기차게 파이팅을 부르짖느냐에 따라 우승 여부가 결정 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 감독의 예상이 정확했다. 캣벨의 강력한 에너지가 GS칼텍스의 '공주'들을 '전사'들로 변신시켰다. GS칼텍스는 12일 '디펜딩 챔피언'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셧아웃시켰다. 이날 캣벨은 멀티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높이 보강을 위해 센터로 영입됐지만, 양쪽 측면 공격도 무리없이 해냈다. 후위로 포지션을 이동해 시도한 오픈 공격도 파괴력이 높았다. 이날 기록한 12득점 중 4득점을 후위 공격으로 올렸다.
캣벨이 공수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자 국내 선수들이 덩달아 살아났다. 그야말로 '캣벨 시프트'였다.
캣벨은 코트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자신보다 동료의 공격이 성공했을 때 더 기뻐했다. 선수를 하나로 뭉치게 했다. '해피 바이러스'였다. 나이 어린 캣벨은 실수가 나와도 언니인 국내 선수들의 기가 꺾이지 않게 다독였다.
캣벨 외에도 GS칼텍스에는 또 한 명의 선수가 긍정의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슈퍼 신인' 강소휘(18)다.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강소휘는 벌써부터 팀 내 치열한 주전 경쟁 구도를 형성시키고 있다. 이 감독은 즉시 전력감인 강소휘가 팀에 합류하자 지난 3주간 훈련에서 주전 레프트로 훈련을 시켰다. 기존 레프트 자원인 한송이 이소영 표승주를 한 명씩 빼고 강소휘를 대체자로 활용했다.
그러자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송이 이소영 표승주 등 레프트 공격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자칫 신인에게 밀리는 희생양이 자신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 팀은 선수 구성이 많지 않다. 한 번 교체 멤버로 밀리면 다시 주전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때문에 김지수까지 포함한 총 4명의 레프트 자원은 훈련과 실전 경기에서 이를 악물고 있다.
기존 레프트들이 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시간은 많지 않다. 현재 전국체전 참가를 위해 안산 원곡고로 돌아간 강소휘는 대회가 끝나는 22일 돌아온다. 24일 도로공사와의 1라운드 4차전부터 경기에 투입될 수 있는 상황이다. GS칼텍스에 부는 '강소휘 효과'에 이 감독이 미소를 띄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