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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게 열린 '최태웅식 스피드 배구' 서막, 범실 줄이기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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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 감독(39)은 지난 4월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뒤 구단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정 회장은 초짜 사령탑이 된 최 감독에게 중요한 한 마디를 던졌다. "아무 색깔없이 이기기만 하면 뭐하겠느냐. 최 감독님이 추구하는 배구, 색깔있는 배구로 배구장에 온 팬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전해달라."

최 감독은 큰 힘을 얻었다. 그리고 자신이 선수 시절부터 꿈꿨던 '스피드 배구'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현역 은퇴 뒤 곧바로 감독이 돼 스스로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최 감독은 차근차근 '최태웅식 스피드 배구'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1차 관건은 안정된 서브 리시브였다. 최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토종 거포' 문성민을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포지션을 이동시킨 뒤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문성민 주변에 서브 리시버를 많이 포진시켰다. 레프트 박주형, 리베로 여오현 외에 외국인 공격수(오레올)를 레프트 자원으로 뽑은 이유다.

다음은 공격수들의 빠른 포지션 이동에 이은 세터의 빠른 볼배급이었다. 최 감독은 기존 선수들의 공격 속도를 조금씩 향상시켰다. 세터에게는 상대 센터 블로킹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낮고 빠른 토스워크를 주문했다.

최 감독은 스스로도 끊임없이 노력했다. 8월 초 이란까지 날아가 아시아선수권을 보고 돌아왔다. 빠르게 세계배구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던 아시아 팀들은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며 이미 질적으로 크게 향상된 모습이었다.

빠르기만 하다고 스피드 배구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다. 기술이 뒷받침돼야 했다. 그런 면에서 현대캐피탈을 비롯한 국내 프로 선수들은 아직 기술이 부족했다. 그래도 기술은 조직력을 통해 보완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6개월간 갈고 닦은 최 감독의 '스피드 배구'가 드디어 공개됐다.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우리카드와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1라운드 홈 개막전.

1세트는 최 감독이 생각했던 배구가 실현됐다. 세터 노재욱의 볼배급과 공격수들의 타이밍이 기존보다 반 박자 또는 한 박자가 빨라진 모습이었다. 안정된 서브 리시브가 공격을 춤을 추게 했다. 우리카드의 외국인 공격수 군다스와 최홍석의 맹폭에도 현대캐피탈은 꿋꿋하게 6개월간 훈련했던 최 감독식 스피드 배구를 구현해냈다.

하지만 2, 3세트는 1세트와 달랐다. 잦은 범실 탓이었다.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공격 범실이 발생했다. 리시브도 흔들렸다. 최 감독은 노재욱과 이승원, 투 세터 체제로 운영했지만 우리카드의 스피드와 높이도 만만치 않았다.

4세트를 따내며 분위기를 전환시킨 현대캐피탈은 운명의 5세트에서 오레올의 공격력을 활용해 리드를 지켜나갔다. 그러나 더 달아날 수 있는 순간마다 나오는 서브실패, 네트터치, 서브 리시브 불안과 같은 범실에 상승세가 끊기곤 했다. 그래도 현대캐피탈은 끝까지 강서브와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했다. '최태웅식 스피드 배구'의 서막이 힘겹게 열렸다.

한편, 같은 날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선 GS칼텍스가 우승후보급 전력을 과시하며 '디펜딩챔피언'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셧아웃시켰다. 프로배구 사상 처음으로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힌 캣벨은 센터 배유나와 함께 팀 내 최다득점(12점)을 기록,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12일)

▶남자부

현대캐피탈(1승) 3-2 우리카드(1패)

▶여자부

GS칼텍스(1승) 3-0 IBK기업은행(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