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플레이오프에 성큼 다가섰습니다. 11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넥센에 3:2로 승리해 2연승을 거뒀습니다. 두산은 1승만 추가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NC와 한국시리즈 티켓을 놓고 겨루게 됩니다.
선발 장원준의 호투가 돋보였습니다. 그는 6이닝 6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정규시즌 넥센전 2경기에 등판해 2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약했던 징크스를 씻어냈습니다. 시즌 막판 10경기에서 1승 6패 평균자책점 5.90으로 부진해 포스트시즌에서 호투할지 우려를 자아냈지만 기우에 그쳤습니다.
두산이 1:0으로 앞선 2회초 장원준은 선두 타자 유한준에 볼넷을 내준 뒤 1사 후 윤석민과 김하성에 연속 안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김하성의 안타에 3루로 향하던 1루 주자 윤석민이 중견수 정수빈의 정확한 송구로 아웃되어 2사가 되었습니다. 야수의 도움으로 한숨을 돌린 장원준은 2루 도루를 시도하던 1루 주자 김하성을 견제구로 잡아내 스스로 이닝을 종료시켰습니다.
2:1로 두산이 다시 앞선 3회초 장원준은 선두 타자 박동원에 동점 솔로 홈런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계속된 1사 2루 역전 위기에서 중심 타선을 틀어막았습니다. 4회초 1사 2루 위기도 극복했습니다. 장원준은 한 번도 넥센에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5회말 오재원의 희생 플라이로 3:2 리드를 잡은 두산은 끝까지 지켜 승리했습니다.
장원준은 '모범 FA' 사례로 분류되기에 충분합니다. FA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정규시즌에서 30경기에 등판해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의 성적을 남겼습니다. 롯데 시절인 2008년부터 5시즌 연속 10승 투수였던 그는 두산으로 이적한 뒤 맞이한 첫 시즌에도 12승으로 6시즌 연속 10승에 올라 꾸준함을 입증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두산의 좌완 선발은 유희관 외에는 꼽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장원준이 선발진에 가세하고 이현호, 진야곱, 허준혁, 함덕주가 선발 및 불펜에서 활약하며 이현승이 마무리로 자리 잡아 '좌완 왕국'을 건설하게 되었습니다. 정규시즌에서 니퍼트가 부상으로 정상 가동되기 어려웠음을 감안하면 장원준의 팀 기여도는 두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작년 11월 말 두산이 4년 84억의 거액을 베팅해 장원준을 영입했을 때만 해도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FA 투수 이적의 경우 성공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내부 FA 단속에도 소극적이었던 두산이 외부 FA 영입에 사실상 최초로 나섰다는 점에서도 의문 부호는 더욱 커졌습니다.
하지만 정규시즌은 물론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장원준에 대한 두산의 통 큰 투자는 옳았음이 입증되었습니다. 장원준의 사례는 KBO리그에서 적극적인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웁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