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이럴 때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와 얘기하면 어떤 말을 할까 팬들은 궁금하다. 11일 두산-넥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두산 투수 이현승과 포수 양의지의 마운드 대화에서 재밌는 상황이 나왔다.
3-2로 1점 앞선 8회초 2사 2,3루서 두산 마무리 이현승이 넥센 4번타자 박병호를 고의4구로 거른 뒤 만루가 되자 포수 양의지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넥센의 다음 타자는 5번 유한준. 이전 타석까지 준PO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정규리그에서 최다안타 1위에 타율 2위에 오른 무서운 타자임엔 틀림없었다.
유한준을 어떻게 상대할까 얘기하는줄 알았더니 중계화면에 양의지가 갑자기 씩 웃으면서 말하고 곧바로 이현승이 웃으며 글러브로 양의지의 마스크를 때리는 장면이 나왔다. 분명 양의지가 이현승을 놀리는 농담을 한 것처럼 보였다. 이런 큰 위기에서 농담을 하는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둘은 그렇게 웃으며 헤어졌고, 이현승은 유한준을 4구만에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가장 큰 위기를 넘겼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은 김민성과 윤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김하성을 유격수앞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 끝.
경기후 이현승에게 그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자 이현승은 "원래 그런 상황에서 야구얘기는 잘 안한다. (양)의지가 농담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때는 무슨 말을 했을까. 이현승은 언더셔츠를 2개를 입은 자신의 팔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의지가 팔을 보면서 '춥다고 옷을 2개 껴입었네요. 늙었네, 늙었어'라고 했다"며 웃었다.
이현승은 10일 1차전 승리투수에 2차전 세이브로 뒷문을 확실히 막았다. 이전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이 0.84(10⅔이닝 2실점(1자책점)이었던 이현승은 2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을 0.71로 더욱 낮추며 가을 사나이로 떠올랐다. 이현승에게 호투의 비결을 물었더니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현승은 "정규시즌 때 열심히 해서 3위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심각하게 하기보다는 좀 더 상황을 즐기려고 한다"고 했다.
위기를 막으며 승리를 만든 배터리의 여유. 두산이 2연승을 한 비결 중 하나였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