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PS단골 벤치클리어링에도 예의가 있다

by

포스트시즌에서 더 자주 목격되는 벤치클리어링, 야구 불문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벤치클리어링(Bench-clearing)은 사실 다툼을 키우기보다는 다툼을 말릴 때가 훨씬 많다. 실랑이가 벌어졌을 때 벤치클리어링은 단어 뜻대로 벤치를 깔끔하게 비우는 것을 의미한다. 싸움보다는 단결력, 팀플레이 정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벤치클리어링도 야구의 일부분이다. 볼썽사나운 모습만 아니라면 이 또한 팬들의 야구보는 몰입도를 높인다. 야구는 선수들 뿐만 아니라 팬들도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심리전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벤치클리어링, 정확하게 말하면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충돌 장면'에서 지켜야할 예의다. 비신사적인 행위는 물론이거니와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은 안된다.

지난 11일 준PO 2차전에서 두산 오재원과 넥센 서건창이 충돌했다. 무사 1,2루에서 번트를 댄 서건창은 1루로 뛰었고, 두산 2루수 오재원은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는데 둘은 충돌할 뻔했다. 오재원은 어정쩡한 자세로 1루 베이스를 가리고 있었고, 넉넉하게 아웃될 타이밍이어서 둘의 직접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깜짝놀란 서건창은 잠깐 항의했고, 오재원은 발끈했다.

서건창 입장에선 화낼만 했다. 지난 4월 두산 고영민과 1루에서 부딪혀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통째로 망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MVP 서건창은 올시즌 큰 손해를 봤다. 팀도 마찬가지다. 서건창이 제몫을 했다면 준PO 1,2차전은 잠실이 아닌 목동에서 치러졌을 지도 모른다. 당시 고영민은 1루 베이스 앞에 다리를 내밀었다. 급하게 베이스를 짚느라 한 행동이었다. 전력질주하던 서건창은 걸려 넘어졌고 큰 부상으로 이어졌다.

1루는 타자 주자의 공간이다. 전력질주 뿐만 아니라 때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도 한다. 얼굴을 들이미는 상황에서 발을 뻗었다고 가정하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장면이 연상된다.

오재원의 플레이는 타자주자로선 황당한 수준이다. 베이스는 늘 열려 있어야 한다. 오재원은 서건창이 정색했을 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자신이 뭔가 잘못을 할수도 있었다는 생각부터 해야했다. 4년이나 어린 서건창이 불만을 표시했다고 '후배가 버릇없이'라며 도끼눈을 치켜뜰 상황이 아니다. 서건창은 같은 팀, 같은 장소에서 또 한번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오재원의 고의 여부는 해당사항이 없다. 동료의 야구인생이 걸린 문제다. 이럴 때 동업자 정신이 필요하다. 아니 동업자가 아니라도 이건 예의 범주에 속한다.

포스트시즌은 모두가 예민해지는 시기다. 같은 행동이라도 저의를 의심받고, 불신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감정을 뒤틀리게 만든다. 투혼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과격한 행동에 면죄부를 주기도 한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11일 뉴욕메츠와 LA다저스전에서 체이스 어틀리(LA다저스)가 슬라이딩을 하면서 2루에서 수비하던 루벤 테하다(메츠)를 다치게 했다. 테하다는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지난 9월 코글란의 태글에 다친 강정호가 떠오른다. 강정호 때와는 달리 미국언론은 어틀리의 슬라이딩 정도가 심했고, 보호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테하다와 강정호 사건을 두고 미국언론이 들이대는 이중 잣대는 차치하고라도 두명의 선수는 야구인생 기로에 놓였다. 선수들에겐 전부나 마찬가지인 몸을 크게 다쳤다. 앞뒤 가리지 않고 상대를 다치게할 정도의 투혼은 이미 분별 수준을 넘었다. 제어할 수 있는 파이팅만이 실력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