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은 13일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이다.
분위기는 묘하다. 유희관은 페넌트레이스에서 18승을 올렸다. 토종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다. 완벽한 '20승 페이스'였던 그는 시즌 막판 부진했다. 특히 3일 KIA전에서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한 채 이범호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 4실점했다. 때문에 그는 9일 미디어데이에서 "시즌 막판 부진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는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절치부심'의 모드다.
확실히 그에게 변화의 지점이 있다. 중요한 2가지 체크 포인트다.
▶다시 바꾼 와인드 업 자세
10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유희관은 불펜 피칭을 했다. 38개의 공을 던졌다.
달라진 점이 있었다. 그의 투구 자세다. 원래 그는 양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는 세트 포지션으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지난 8월 갑자기 오른 다리를 뒤로 빼는 와인드업 자세로 바꿨다. 체력적 부담이 있었다. 더욱 강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와인드 업 자세로 바꿨다. 게다가 타자들의 타이밍 싸움에서 혼란을 주려는 목적도 있었다. 통상적으로 투수들은 투구 자세에 매우 민감하다. 팔의 위치가 10㎝만 바뀌어도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희관은 예외다. 투구 폼 자체를 자유자재로 바꾼다.
계속 와인드 업 자세를 유지하던 유희관은 이제 다시 초기의 세트 포지션으로 돌아온다. 그는 10일 불펜피칭에서 모든 공을 세트 포지션에서 던졌다. 유희관은 "휴식을 어느 정도 취했다. 다시 예전의 세트 포지션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했다. 좀 더 정교한 컨트롤을 유지하면서도, 넥센 타자들의 타이밍에 또 다른 혼란을 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느림의 미학? 더욱 빠르게
그는 불펜 피칭을 마친 뒤 "아무래도 패스트볼이 130㎞대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 구속을 좀 더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는 '느림의 미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135㎞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공 끝과 함께 정교한 제구력으로 느린 공의 약점을 메워왔다.
시즌 중반에는 패스트볼의 구속을 120㎞ 후반대로 더욱 떨어뜨렸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생긴 부작용. 하지만 유희관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과 정교한 컨트롤에 더욱 초점을 맞추면서 승승장구혔다.
포스트 시즌은 약간 다르다. 모든 타자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올라와 있다. 때문에 유희관의 경우에도 "변화구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130㎞대 패스트볼이 좀 더 유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구속을 끌어올리면 컨트롤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유희관이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집중해야 할 과제다.
또 하나의 강력한 변화가 있다. 유희관의 '히든 카드'가 될 수 있다.
그는 두 가지의 커브를 가지고 있다. 특히 '초 슬로 커브'가 유명했다. 90㎞대 커브로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이날 불펜 피칭에서는 '좀 더 빠른' 커브를 많이 구사했다. 확실히 좋은 각과 함께 예리한 궤적을 유지하면서 스트라이크 존으로 빨려 들어갔다. 약 110㎞대의 커브다. 넥센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 우위를 점할 '히든 카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