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의 묘미는 타격전이 아닌 투수전이다. 마운드는 흔들리는 듯 하면서 버텨냈고, 타선은 터질 듯 하면서 막혔다.
10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연장 10회 피말리는 승부 끝에 4대3으로 승패가 갈렸는데, 11일 2차전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넥센 히어로즈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는 1회말 4사구 4개를 내주고 무너지는 듯 했지만 4회까지 2실점으로 버텼다. 두산 베어스 선발 장원준은 막강 히어로즈 타선을 6회까지 탈삼진 6개를 섞어 6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결국 살얼음 승부는 미세한 불펜 차이에서 갈라졌다.
감독의 '족집게 용병술'이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어긋날 때가 더 많다. 김태형 감독은 전날(10일) 연장 10회 끝내기 안타를 때린 박건우를 3번-지명타자로 내세웠다. 결과는 4타수 무안타. 5회말 2-2 동점에서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이 뽑아든 '하영민 카드'는 실패로 끝났다.
두산의 3대2, 1점차 승리를 끝난 준플레이오프 2차전.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베스트 5'와 기대에 못 미친 '워스트 5'를 뽑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BEST5
선수(팀)=평점=평가
▶이현승(두산)=10=1⅓이닝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 8회말 2사 2,3루에서 등판해 무실점으로 틀어막더니, 9회 세타자를 범타로 처리하고 승리를 지켰다. 1차전 땐 승리 투수, 2차전에선 세이브. 베어스 뒷문 이상없다.
▶장원준(두산)=9=6이닝 6안타 6탈삼진 2실점. 1차전 더스틴 니퍼트에 이어 선발 투수의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했다. 히어로즈 클린업 트리오를 맞아 8타수 무안타로 완벽하게 봉쇄했다. 두산 벤치가 팀 내 최다승 투수 유희관보다 먼저 장원준을 2차전에 올린 이유가 있었다.
▶민병헌(두산)=9=2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1회말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낸데 이어, 5회말 1사 1,2루에서 좌전안타를 때려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2-2 동점에서 3-2 역전의 발판 마련. 6번 타순이 아니라 상위 타순으로 옮겨가야할 것 같다.
▶손승락(넥센)=8=2⅔이닝 무안타 무실점. 벤치가 손승락에게 바랐던 피칭을 했다. 5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 희생타,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 '불펜의 핵' 조상우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투구했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노경은(두산)=8=1이닝 무안타 무실점. 3-2로 앞선 7회초 등판해 6~8번을 삼자범퇴로 잡았다. 박빙의 승부에서 방심하면 바로 낭떠러지다. 선발 장원준으로부터 이어받은 마운드를 착실하게 끌어갔다.
◇WORST5
▶하영민(넥센)=0=⅓이닝 2안타 볼넷 1개 1실점. 2-2로 맞선 5회말 선발 피어밴드에 이어 등판해 1사후 볼넷, 연속 안타로 1사 만루에서 강판했다. 고졸 2년차 루키 투수에게 큰 경기 경험도 중요하지만, 위기 관리능력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박건우(두산)=0=4타수 무안타. 전날 끝내기 안타를 때렸는데, 하루 만에 타격감을 잃어버렸나? 3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으나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3차전에는 대타로 대기?
▶이택근(넥센)=0=4타수 무안타. 3차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8회초 1사 2,3루 찬스에서 내야 플라이에 그쳐 공격의 맥이 끊겼다. 해줘야할 선수가 못 해주면 방법이 없다.
▶유한준(넥센)=2=3타수 무안타 1볼넷. 페넌트레이스 타격 2위, 최다안타 1위의 위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8회초 2사 만루에서 한방이면 경기 흐름을 뒤집을 수 있었는데,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준플레이오프 7타수 무안타. 본인도 그렇고 벤치도 속이 탄다.
▶전일수(주심)=2=6회초 박병호 타석 때 3B2S에서 몸쪽 낮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 스윙을 멈춘 박병호는 1루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주심이 스트라이크 아웃을 선언하자 평소와 다르게 강하게 어필까지 했다. 느린 화면을 보면 공이 무릎 아래를 지나 스트라이크존을 확실히 벗어났다. 전날 김재호 사구 오심이 떠오르는 장면. 심판은 두산편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