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엔 100%가 없다. 수많은 경우의 수, 가정, 환희와 아쉬움이 응축돼 있다. '독한 관전평'은 승리팀이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채워야할 부분을 들여다 본다. '착한 관전평'은 진 팀의 아쉬움 속 진한 여운을 헤아린다. 가을 잔치에 초대된 팀들은 한 시즌 칭찬받아 마땅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들의 진한 땀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편집자 주>
<두산의 만루 트라우마 극복, 이제는 필수과제가 됐다>
두산은 파죽의 2연승을 거뒀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다. 소득이 분명 있었다. 1차전 선발 니퍼트의 완벽부활. 1, 2차전을 모두 잘 막은 마무리 이현승의 존재감.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중간계투진도 끈질긴 안정감이 있었다.
게다가 접전 상황을 모두 이겨낸 수비의 견고함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팀 분위기는 최고조다. 하지만 짚고 가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일단 스코어를 보자. 1차전 4대3, 2차전 3대2였다. 모두 접전이었다. 많은 득점을 내진 못했다.
포스트 시즌은 정예 투수들만 나온다. 때문에 득점은 당연히 줄어들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그 성격이 좀 다르다.
두산은 넥센의 선발진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그랬다. 양 팀의 전력이 정상적이라고 감안할 때 넥센의 가장 약한 고리가 선발진이었기 때문이다.
포스트 시즌 선발 경험이 없는 양 훈과 피어밴드가 1차전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많은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
1차전 두산은 1회 만루를 만들었다. 볼넷이 2개 곁들여졌다. 9회에도 상대 투수의 볼넷으로 1사 만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2차전을 보자. 역시 1회 피어밴드의 제구력 난조로 인해 2사 만루 상황이 나왔다. 밀어내기 득점도 있었다. 5회도 마찬가지다. 1사 이후 김현수의 볼넷과 양의지 민병헌의 연속 안타로 1사 만루.
그런데 4차례 만루 상황에서 두산이 얻은 점수는 단 3점에 불과하다. 결국 모든 만루 상황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넥센의 선발진은 호투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두산 타선의 답답함에 대한 반사이익도 있었다. 야구는 상대적이다. 타격은 더욱 그렇다. 상대 마운드에 따라서 타격은 변한다. 그러나 4차례 만루 상황은 모두 상대 투수의 제구력 난조로 인해 만들어진 황금찬스였다. 즉, 활발한 타격때문에 나온 장면은 아니었다. 결국 두산의 타격 결정력은 포스트 시즌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넥센 역시 극심한 타선 부진이 있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의문이 하나 든다. 두산이 완벽히 분위기를 제압했을까. 2연승을 거뒀지만, 그렇지 않다. 두산의 계산대로 흘러간 경기가 없다. 넥센의 약한 고리 선발진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계속 접전이다.
두산은 여전히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다. 뒷문이 견고하지만, 1점 싸움은 여전히 불안하다. 게다가 3차전부터는 목동이다. 넥센 에이스 밴 헤켄이 대기하고 있다. 장타력은 넥센이 앞서 있다. 잠실에서 얻은 5점 중 홈런으로만 3점을 얻었다.
선발싸움은 3차전을 제외하면 여전히 두산이 유리하다. 선발진 자체가 두텁다. 그러나 두산 타선의 폭발력이 떨어진다면, 이번 시리즈는 여전히 뒷문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 두산이 넥센보다 불리하다. 목동은 잠실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두산이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만루 트라우마'로 대표되는 두산의 숙제. 남은 준플레이오프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이 꼭 풀어야 할 과제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