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자그마한 나이스 플레이와 미스 플레이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준비한 스포츠조선의 야심찬 포스트 시즌 기획. [PS포인트]다.
타격(B) 수비(F) 주루(R) 피칭(P)으로 세분화, 요점을 정리했다.
다시 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기회, 그리고 선택의 순간. 두산 베어스의 선택은 강공이었다. 그리고 김현수의 투지 넘치는, 또 정석의 플레이가 결승점으로 연결되며 팀에 값진 승리를 안겨다줬다.
2-2로 맞서던 5회 두산의 1사 만루 찬스. 김현수가 3루 주자였다. 타석에 오재원이 하영민의 공을 퍼올렸다. 중견수 방면으로 떴다. 정말 애매했다. 3루주자가 리터치 하기에는 타구 비거리가 짧았다. 하지만 팽팽한 경기 흐름 속 득점 찬스가 또 나오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승부를 걸어볼만한 플라이 타구이기도 했다.
노련한 이택근이 앞으로 전진하며 공을 잡았다. 그 탄력을 이용해 홈으로 공을 뿌렸다. 김현수는 뛰었다. 송구가 정확히 들어왔다. 아웃 타이밍. 그런데 이택근의 송구가 김현수가 들어오는 길목쪽으로 왔다. 포수 박동원도 그 길에 서있었다.
항상 논란이 많았던 부분이다. 홈에서 포수와 주자의 권리 문제다. 포수가 길을 막고 있으면 주자는 자신의 진로를 확보하기 위해 충돌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서로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선후배 관계도 엄격한 우리 문화에서 강한 홈 충돌 플레이는 보통 나오지 않는다. 보통 주자들이 포수를 피해 플레이하다 득점을 못하는 것은 물론, 잦은 부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 김현수가 집중력과 기지를 발휘했다. 정석대로 슬라이딩을 하며 포수와 부딪혔다. 자신의 생존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 오히려 포수 박동원이 김현수의 예상치 못한 플레이에 정확히 온 공을 잡지 못하고 놓쳐버렸다.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손으로 홈을 터치한 김현수의 승리였다.
김현수는 충돌 후 왼 발목과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귀중한 득점이었지만, 팀의 주포 김현수가 다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두산에 이 점수는 의미가 없었다. 다행이었던 건, 김현수가 6회초 수비를 앞두고 절뚝이며 좌익수 수비를 위해 뛰어나갔다는 점이다. 내야수 오재원과 김재호는 김현수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김현수의 투혼이 팀을 더욱 뭉치게 했다. 결승점 이상의 가치를 전해준 김현수의 주루 플레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