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엔 100%가 없다. 수많은 경우의 수, 가정, 환희와 아쉬움이 응축돼 있다. '독한 관전평'은 승리팀이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채워야할 부분을 들여다 본다. '착한 관전평'은 진 팀의 아쉬움 속 진한 여운을 헤아린다. 가을 잔치에 초대된 팀들은 한 시즌 칭찬받아 마땅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들의 진한 땀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편집자 주>
<어긋난 계산 두산, 결국 선발 공략은 못했다>
10일 잠실 준PO 1차전의 승리팀은 두산이었다. 극적인 10회 역전승을 거뒀다.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일단 넥센 필승계투조의 핵심 조상우에게 끝내 동점을 뽑아냈다는 점. 선발 니퍼트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거기에 1차전을 잡아냈다. 확실히 준플레이오프의 흐름은 두산에게 유리하게 변했다.
하지만 계산은 완전히 어긋났다 당초 두산 김태형 감독은 "넥센의 약한 선발을 공략해야 한다"고 했다. 적절한 전략이었다.
넥센은 벤 헤켄과 피어밴드, 양 훈이 있지만, 선발이 매우 얇다. 때문에 선발이 무너질 경우, 넥센은 B 플랜을 선택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두산이 넥센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 부분 공략이 필수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넥센 양 훈에게 완벽히 막혔다. 이 부분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10회 역전승을 거뒀다. 당연히 두산 선수들의 투혼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 흐름 자체는 매우 불리했다. 9회 1사까지 넥센의 계산대로 흘러갔다. 2-3의 절체절명의 순간, 조상우의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가 없었다면 두산은 1차전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양 훈은 충분히 칭찬할 만하다. 1회 2사 만루의 위기를 넘긴 뒤 5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보였다. 문제는 두산 타선의 응집력이다.
5회까지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물론 이해는 된다. 플레이오프는 아무리 타력이 좋은 팀이라고 해도 대량득점은 어렵다. 그만큼 수준급의 투수가 연달아 등장한다. 하지만, 3회와 5회 2개의 병살타로 스스로 흐름을 끊은 점은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결국 포스트 시즌 경험이 일천한 양 훈에게 오히려 심리적 편안함을 제공했다. 결국 양 훈의 호투는 양 훈이 그만큼 좋은 투수라는 얘기도 되지만, 두산 타선이 도와준 부분도 있었다.
이날 두산은 매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약점으로 지적된 '뒷문'도 준수했다. 비록 1점을 내줬지만, 안정감이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팀이다. 넥센 선발진을 좀 더 세게 두드릴 필요가 있다. 아직 준플레이오프 승부는 알 수 없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