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잠실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 6회 1사 이후 박병호의 타석이었다.
박병호는 이번 시리즈에서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1차전에서 홈런을 포함, 2타점을 올렸던 박병호다. 대한민국 최고의 거포.
당연히 두산 배터리는 박병호에게 극도의 경계심을 품고 있다. 좋은 공을 줄 리 없다. 이날도 두산 선발 장원준과 포수 양의지는 철저한 코너워크와 유인구로 박병호를 상대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극심한 견제에 시달린 박병호는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최대한 타석에서 기다리면서 철저히 유인구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도 그랬다. 결국 풀카운트. 장원준이 던진 6구째는 몸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였다.
박병호는 스윙을 가져가다 그대로 멈췄다. 배트는 전혀 돌지 않았다. 볼넷이었다. 그런데 전일수 주심은 그대로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양의지의 미트는 포구 순간, 거의 지면과 맞닿아 있었다. 누가 봐도 볼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삼진을 당했다. 볼넷이 오히려 삼진으로 둔갑하는 순간.
타석에서 흥분하는 경우가 거의 없던 박병호는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그리고 몇 마디를 나눈 뒤 그대로 인정하며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박병호의 좋은 태도와 마인드를 볼 수 있었던 장면.
넥센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만했다. 2-3으로 뒤져있던 넥센 입장에서는 하나의 출루가 너무나 절실했던 상황. 볼넷이 선언됐다면, 유한준 김민성으로 이어지는 찬스였다. 1사 1루의 찬스가 2사 주자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 지 모르는 준플레이오프다.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