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모든 플레이를 결과로만 평가해선 곤란하다. 때로는 실패한 시도를 격려해줄 필요도 있다.
2015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들의 집중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지난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2경기 연속 외야수들이 다이빙캐치를 시도했다. 8일에는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박헌도가 2사 3루에서 나주환 타구에 몸을 던졌고, 10일에는 중견수 이택근이 7회말 2사 3루에서 정수빈이 친 공을 잡으려 날았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박헌도와 이택근 모두 공을 잡지 못하면서 점수를 내줬다. 모두 치명적인 점수였다. 8일 SK전 때는 1-1이었는데, 나주환의 타구가 몸을 날린 박헌도의 글러브를 벗어나면서 역전 점수를 내줬다. 심지어 다른 야수들의 미숙한 백업 플레이로 인해 나주환까지 홈을 밟아 1-3으로 전세가 뒤집어지게 됐다. 10일에는 다이빙 캐치 실패로 2-2 동점이 되고 말았다.
결과로만 보면 박헌도와 이택근의 다이빙은 적절치 못해 보인다. 역전과 동점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왜 몸을 던졌는가를 생각해보다면 무조건적으로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임한 수비였기 때문이다.
두 장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2사 후에 벌어진 플레이다. 이 타구만 잡아낸다면 실점없이 이닝을 끝낼 수 있었다. 물론 날아오는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던지는 건 매우 큰 리스크를 지니고 있다. 움직이는 물체를 마찬가지로 움직이면서 잡으려다보니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외야수의 다이빙 캐치는 늘 '못 잡으면 장타가 될 수 있다'는 위험 요소도 있다.
박헌도와 이택근도 당연히 이런 위험 요소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경기에 몰입하고 있었고, 승부욕이 강했기 때문이다. 가정을 한 번 해보자. 박헌도가 나주환의 공을 잡았다면 넥센은 1-1인 상태에서 이닝을 끝냈을 것이다. 이택근의 시도 역시 성공했다면 2-1 리드를 지켜낼 수 있었다.
프로 선수라면 때로는 과감한 승부를 해야 한다. 비록 그 확률이 지극히 낮아 '모험'이나 '도박'에 가까울지라도 해야만 하는 플레이가 있다. 리그 최강의 홈런타자를 상대로 홈런의 위험을 무릅쓴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나, 삼진의 위기에 빠졌어도 과감한 자기 스윙을 해야 하는 장면이 있다. 이건 '무모함'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한다.
이 차이는 바로 경기 상황이 결정한다. 경기에 몰입해 있는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지금'이 승부를 걸어야 할 때인지, 아닌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과감한 승부를 해야될 타이밍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늘 안정적이고, 조심스러운 플레이만 해서는 상대에게 끌려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넥센 외야수들은 이번 가을잔치에서 계속 과감한 승부를 걸고 있다. 실패했지만, 비난할 수 없는 투혼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