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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포인트=P] 30구부터 양훈의 공은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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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이다. 다음 경기를 볼 수 있는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포스트 시즌 무대는 그렇다.

야구는 변수가 많다. 겉으로 보기엔 자그마한 나이스 플레이와 미스 플레이가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준비한 스포츠조선의 야심찬 포스트 시즌 기획. [PS포인트]다.

타격(B) 수비(F) 주루(R) 피칭(P)으로 세분화, 요점을 정리했다.



[PS포인트-P(피칭)]

누가 봐도 두산이 유리해보이는 선발 매치업. 그러나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넥센 양 훈이 '가을'에도 기대 이상의 피칭을 했다.

양 훈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5⅓이닝 5피안타 1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90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삼진과 볼넷은 나란히 2개. 직구 42개, 슬라이더 23개, 스플리터 18개, 커브가 7개였다.

애초 포커스는 1회에 맞춰져 있었다. 경기 초반은 생애 처음 포스트시즌에 등판한 오른 양훈에게 위기, 두산 타자들에게는 찬스였다. 양훈은 2005년 프로에 뛰어들어 어느 덧 11년차가 됐지만, 가을 야구에서는 철저한 '루키'다. 스무 살의 유격수 김하성이나 양훈이나 부르르 떨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1회말 2아웃을 잘 잡고 사달이 났다. 3번 민병헌은 볼넷, 4번 김현수 좌전 안타, 5번 양의지에게 다시 한 번 볼넷을 내주고 2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기본적으로 직구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포수 박동원은 타자 몸 쪽에 붙어 앉았지만 팔이 벌어져 나오며 공은 바깥쪽으로 향했다. 좀처럼 릴리스 포인트가 안정되지 않아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조차 불안해 보였다. 때문에 직구와 비슷한 타점에서 나오는 슬라이더, 스플리터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없었다. 변화구를 던질 타이밍이 아예 없었다.

그러다가 6번 오재원이 타석에 들어서자 '영점'이 잡혔다. 초구 직구와 2구째 포크볼이 모두 스트라이크였다. 특히 포크볼로 카운트를 잡은 게 아주 중요했다. 앞선 타자까지 제구가 흔들렸던 탓에 오재원의 머릿속에는 포크볼은 없었을 테다. 그리고 3구째 직구를 바깥쪽으로 완전히 빼고 맞이한 볼카운트 1B2S. 넥센 포수 박동원은 다시 한 번 포크볼 사인을 냈다. 여기서 양 훈은 폭투 위험성에도 과감히 공을 떨어뜨리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1회에만 29개의 공을 던진 양훈은 2회부터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투구수를 30개 넘기고 어깨가 풀리자 직구, 슬라이더, 포크볼에다 커브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야수들의 수비 도움도 있었다. 3회와 5회에는 1사 후 안타를 허용했지만 병살타로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6회 안타 2개와 내야 땅볼 1개로 1점을 내준 뒤 1사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두 번째 투수 손승락이 후속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비록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양훈은 100점 만점에 100점짜리 투구를 했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