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방송 보니 부끄럽지만, 46년 응어리 터니 우리 모자(母子) 모두 개운해요"
배우 전원주가 46년간 아무도 몰랐던 아픈 가정사를 고백한 자신의 빙송을 시청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심경을 전했다.
전원주는 7일 스포츠조선에 "부끄러워 죽겠다. 인생을 잘 못 산 것 같더라. 겉으로 항상 웃던 아들이 마음 속 깊이 감춘 아픔을 여행 가기 직전까지도 몰랐다"며 "방송을 본 아들에게도 '어머니 개운해요'라며 전화가 왔다"고 한결 더 가까워진 모자 관계를 전했다.
6일 오후 방송한 EBS 리얼극장 '배우 전원주의 비밀, 핏줄을 지킨 모정'에서는 29살에 첫 남편과 사별하고 재혼한 전원주의 개인사가 공개됐다.
전원주는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고, 재혼한 남편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었다. 전원주는 두 아들 및 새 남편과 함께 가정을 꾸렸지만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낳지 않았다. 무려 6번의 유산을 감당하면서까지 지킨 철칙이었다. 부부금슬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생활력이 부족했던 두 번째 남편은 7년간 투병생활을 하다 2년 전 세상을 떠났다.
'6번의 유산'에 대한 질문에 유쾌했던 전원주의 목소리가 울 듯이 떨렸다.
전원주는 "지금 사람들은 이해 못 할 것이다. 나 또한 정말 부끄럽다. 자궁을 몇 번이나 긁어내니 나중에는 혼수상태에서 깨어 나지도 못했다. 일어나보니 친정엄마가 정한수 떠놓고 빌고 있더라"며 첨단시설이 부족하던 시대에 무리한 시술로 목숨이 경각에 오갔던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친정 엄마에게 피임도 못한다고 많이 혼났다. 유산 과정에서 병원서 약도 먹고, 쓰러지고, 정말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스스로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건 '안정된 가정' 하나다.
"전 남편 아들에 현 남편 아들이 있는데 새 아이까지 생기면 안되겠더라. 그런 가정은 더 불안하다. 이 남자는 굉장히 아이를 원했지만, 그건 '절대 안된다'고 내가 극구 반대했다."
방송서 전원주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넌 왜 아버지와 성이 다르니'라는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아찔하다"는 아들의 고백에 충격에 찬 얼굴을 그대로 보였다.
전원주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학교가면 친구들이 '식모 왔다'고 수군대 부끄러운줄만 알았다. 그 내면을 몰랐다"며 "재혼한 남편도 성을 맞추자고 했지만, 아들의 조상과 핏줄을 지켜주려고 했던 일이 되레 큰 상처를 남긴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뒤도 돌아봤어야 했는데 46년간 내 앞길만 힘들게 가느라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의 고민을 몰랐다. 죽고 싶을 때도 있었다는 말에 기가 막히더라"
'오로지 일만 하고 살았던' 그녀는 이제 "나와 가족과 주변을 좀 더 살피며 살겠다"고 했다.
"아들과 둘이 여행은 생전 처음 갔는데 너무 좋더라. 고생도 됐지만 큰 걸 하나 얻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도 쉰 나이에 인생을 왔을만큼 왔고, 서로 다 털어내니 시원하다. 죽을 때 어떻게 죽을까 했는데 늦게나마 털어놓으니 몰랐던 것을 많이 알았고,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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