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진짜 웃음을 달라.
KBS2 '개그콘서트'와 시청자와의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한때 개그 프로그램 절대 강자로 KBS 시청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명백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이런 추락세는 새 코너에 대한 온도만 봐도 알 수 있다. 4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에서는 새 코너 '갑툭튀'가 공개됐다. '갑툭튀'는 상황과 정반대로 행동하는 프로그램. 일명 '언행불일치' 개그다. 송중근이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김나희에게 대뜸 사랑고백을 했다 거절당하면 "애는 천천히 낳아도 된다"고 받아친다.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칼국수가 나오고, 이를 먹으려 하면 포장해주겠다고 하는 식이다. 야심찬 새 코너의 등판이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언행불일치 개그는 예전부터 많이 봤던 아이템', '요즘 개그 프로는 식상하고 재미없다', '맨날 똑같은거' 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청률도 이를 입증한다. 4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불과 11.5%(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지난 8월 27일 방송분(10.7%)보다는 0.8% 포인트 상승한 수치이지만 과거의 영광과 비교하자면 추락세가 확실하다.
이런 '개그콘서트'의 추락은 자만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개그콘서트'의 최강점은 은근한 정치, 사회 풍자와 누가 봐도 확실한 개그 코드였다. 수다맨, 마빡이, 까다로운 변선생, 사바나의 아침, 두분 토론 등 소재도 캐릭터도 다양한 코너들이 계속 등장했고 개성이 강한 만큼 웃음 코드 역시 명확했다. 피드백에도 민감했다. 관객 반응을 세밀하게 살피고 반응이 좋지 않은 프로그램은 가차 없이 막을 내리도록 했다. 기본 개그 코드에 최신 유행 트렌드를 버무려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그만큼 매주 똑같은 구성이 이어져도 웃음은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달라졌다. 초심이 변했다. 소재의 다양성이 사라졌다. 새로움을 추구하기 보다는 패러디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패러디가 아니라면 과거 인기 프로그램을 차용하는 식이다. 소재 자체로 이미 식상하다. 애드리브라도 탁월하면 좋을텐데 이마저 가로막혔다. 유행어에 집착하는 정도가 심해졌다. 그렇다 보니 대본에 치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관객이나 시청자와의 반응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나 유행어에 미련을 둘 때가 아니다. tvN '코미디 빅리그'가 케이블 채널의 장점인 소재의 자율성을 등에 업고 참신한 개그로 승승장구 하고 있고, 최약체였던 SBS '웃찾사' 조차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 이제는 눈 앞의 시청률에 급급해 부자연스러운 개그로 억지 웃음을 짜낼 때가 아니라 참신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진짜 웃음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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