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선수로 뛰면서 가장 기쁜 날이지 않았나 싶다"
'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 우승의 꿈을 이뤘다. 전반 7분만에 짜릿한 선제 결승골을 쏘아올리며 스스로 첼시 레이디스의 역사를 썼다.
지소연은 5일 새벽 2시(한국시각) 잉글랜드 서레이 스테인스 위트세프파크에서 펼쳐진 여자슈퍼리그(WSL) 14라운드 최종전 첼시 레이디스와 선덜랜드 레이디스와의 홈경기, 전반 7분 짜릿한 선제골을 꽂아넣었다. 후반 10분, 후반 17분 프란 커비의 릴레이골, 후반 41분 젬마 데이비슨의 쐐기골까지 터지며 첼시는 4대0으로 완승했다. 창단 첫 리그 우승, 지난 8월 여자FA컵 우승에 이어 첫 '더블'의 위업을 일궜다.
이날 최종전을 남기고 첼시 레이디스는 승점 29로 선두를 달렸다. 2위 맨시티가 승점 27, 2점차로 추격하는 가운데, 첼시가 승리할 경우 무조건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상황, 첼시가 비기고 맨시티가 이기더라도 득실차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상황이었다. 방심하지 않았다. 경우의 수를 따질 것 없이 완벽한 자력 우승, 다득점 승리를 노렸다. 첼시는 지난해 아픈 기억이 있다. 리그 최종전에서 맨시티에 1대2로 패하며, 골득실차로 리버풀에게 다잡은 우승을 내줬다. 지소연은 선덜랜드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두번의 실수는 없다. 안방에서 반드시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전반 7분 왼쪽 측면에서 에니 알루코가 스타트를 끊자마자 지소연이 빛의 속도로 문전 쇄도했다. 알루코의 킬패스를 이어받자마자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짜릿한 결승골로 4대0 대승의 기폭제가 됐다. 지소연은 지난 8월1일 윔블리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여자 FA컵 노츠카운티와의 결승전(1대0 승)에서도 선제 결승골을 밀어넣으며, 첼시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을 결정지어야 하는 무대에서 결승골은 언제나 지소연의 몫이었다. 큰무대에 강한 '원샷원킬' 킬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기 직후 우승 메달을 목에 건 지소연이 활짝 웃었다. 홈 팬들과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속에 신명나게 달렸다. "선수로서 가장 기쁜 날"이라며 우승의 기쁨을 드러냈다. 전반 7분만에 결승골을 터뜨린 데 대해 "작년처럼 힘든 경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며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기질을 드러냈다. FA컵에 이어 정규리그 우승 확정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운이 진짜 좋다"며 겸손하게 답했지만, '운'이 아니라 재능과 노력에서 비롯된 오롯한 '실력'이었다.
지소연은 고베 아이낙에서 일본리그를 3연패한 데 이어 잉글랜드 진출 2년만에 리그 우승의 꿈을 이뤘다.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첼시 레이디스가 지소연 영입 이후 달라졌다. 지난해 준우승에 이어 올해는 끝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소연은 "항상 우승은 기쁜 일이지만, '축구종가' 영국에서 우승한 것은 특별하고 기쁜 경험이다. 내가 팀에 보탬이 됐다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시즌"이라며 웃었다. 더블의 꿈을 이루고도 그녀는 만족하지 않았다. 8일 시작되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대한 꿈을 드러냈다. "목요일부터 유럽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된다. 첼시 레이디스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무대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잉글랜드 팀들도 강하다는 것을 유럽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
아래는 정규리그 우승 직후 지소연과의 일문일답.
런던=이기준 통신원 gilee0128@gmail.com, 정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리그 첫 우승을 이끄는 결승골을 넣었다. 우승 소감과 골 상황을 설명한다면?
▶에니 알루코가 정말 좋은 볼을 줬다. 터치만 하면 들어가는 볼이었기때문에 넣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작년처럼 힘든 경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올시즌 에니 알루코와의 호흡이 정말 좋았다.
▶에니가 많이 맞춰준다. 나도 에니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평소에 얘기도 많이 나눈다. 작년보다 올해 더 잘 맞아들어가는 것같다.
-일본 나데시코리그에서 리그 3연패를 했었다. 가는 팀마다 우승을 하는데 잉글랜드 WSL 우승이 다른 점은?
▶항상 우승은 기쁜 일이지만, '축구종가' 영국에서 우승한 것은 특별하고 기쁜 경험이다. 내가 팀에 보탬이 됐다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시즌이다.
-오늘 경기전 엠마 헤이즈 감독은 어떤 주문을 했나?
▶오늘 정말 좋은 퍼포먼스 보여줬으면 좋겠다. 평소 하던 것처럼 해달라고 했다. 오늘은 우리의 날이니, 맘껏 즐기라고도 했다.
-지난 8월 FA컵에서도 결승골을 넣었고 오늘도 결승골을 넣었는데.
▶진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오늘은 동료들도 골을 많이 넣고, 4대0, 큰 점수차로 대승해서 기쁘다. 무엇보다 많은 팬분들이 찾아와주셔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뛰었다.
-FA컵, 정규리그 우승 목표를 이뤘다. 남은 시즌 남은 목표가 있다면?
▶목요일부터 유럽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된다. 첼시 레이디스 역사상 처음 챔피언스리그 무대 나가게 됐다. 잉글랜드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잉글랜드 팀들도 강하다는 것을 -유럽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오늘 많은 팬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하나하나 들으면서 큰 힘이 됐다. 힘이 많이 났고, 오늘은 선수로 뛰면서 가장 기쁜 날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