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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지간 김학범-김도훈 감독 기묘한 동상이몽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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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겨라."(김학범 성남 감독)

"경기 결과 안 봅니다."(김도훈 인천 감독)

스플릿 그룹A의 운명이 걸린 4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과거 성남, 강원 시절 사제지간이던 사령탑이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제자' 김도훈 인천 감독은 이날 열린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성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자력으로 그룹A를 확정할 수 있었다.

'스승' 김학범 성남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은 물론 앞으로 전개될 상위 스플릿 라운드에서 상위 약진을 위해서라도 승점 1점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를 시작하기 전 두 감독은 옛정을 잠시 접어두고 기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경기 전 인터뷰를 가진 홈팀 김학범 감독은 "오늘 경기의 최상 시나리오는 우리(성남)가 이기고, 전북이 승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북은 이날 7위 제주와 경기를 가졌다. 제주는 인천의 그룹A 도전에 가장 유력한 경쟁자다. 만약 제주가 승리하고 인천이 패하면 다잡아 놓았던 인천의 그룹A 꿈은 물거품이 된다.

김학범 감독은 그나마 애제자였던 김도훈 감독의 입장을 생각해 둘 다 윈-윈하는 시나리오를 떠올린 것이다. 성남이 원하는 승점을 챙기고 인천도 어부지리라도 그룹A에 속하는 시나리오다.

이에 대해 김도훈 감독은 "그게 최상인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경기가 끝난 뒤 괜히 남의 팀 경기 결과 보고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이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날 선수들에게도 '딴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그룹A 향방을)결정하자'는 당부를 했다"면서 "매니저에게도 하프타임때 타 경기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당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도훈 감독의 승리 열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 시즌 상대 11개팀 가운데 유일하게 골을 넣지 못한 팀이 성남이다. 전구단 상대 골 기록도 반드시 해봐야 한다."

스승 김학범 감독은 기묘하게 둘 다 웃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렸지만 제자 김도훈 감독은 인천만 '윈'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결국 두 감독의 유일한 공통점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였다. 성남=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