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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플라티니 회장, FIFA 대선 완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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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스위스 연방검찰은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각) 관리부실과 배임 등의 혐의로 제프 블래터 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수사중이고 발표했다. 이 중 눈에 띈 것은 블래터 회장이 2011년 2월 플라티니 회장에게 지급한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원)의 출처다. 플라티니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5일께 연방검찰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플라티니 회장은 언론을 통해 "1999년 1월부터 2002년 6월까지 FIFA에서 기술고문으로 일한 대가를 2011년 2월에 지급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혐의가 있어서 조사를 받은 것은 절대 아니다. 정보 제공자(참고인)로서 조사를 받았고 완전히 협조했다"고 했다. 하지만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하는 미카엘 라우버 연방검사는 30일 "우리가 플라티니 회장을 완전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플라티니 회장의 신분은 참고인과 피의자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고 말했다. 플라티니 회장의 석연찮은 해명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플라티니 회장은 이날 낸 성명에서 "FIFA의 당시 재정상 사정 때문에 돈을 뒤늦게 받게 됐다"고 해명했으나 2002년 FIFA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FIFA는 1999년부터 2002년 사이 1억1천500만 스위스프랑(약 1천41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논란으로 플라티니 회장의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그는 당초 유력한 차기 FIFA 회장으로 꼽혔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일단 그의 표밭으로 분류된 유럽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영국 방송 BBC의 댄 로언 스포츠부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잉글랜드축구협회(FA)와 스코틀랜드축구협회 등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플라티니를 강하게 지지해왔으나 '너무 성급하게 지지 후보를 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플라티니를 향한 FA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 플라티니의 해명은 지지자들을 이해시키지 못했다. FA는 다른 유럽 가맹국들처럼 플라티니로부터 확실한 답을 듣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레인하르트 라우발 독일프로축구연맹 회장은 1일(한국시간) 독일 신문 쥐드도이체자이퉁과 한 인터뷰에서 "플라티니는 축구팬들에게 투명하고 신뢰할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FIFA 회장 선거는 가맹국 축구협회장들의 직접 투표로 이뤄지기 때문에 프로연맹 회장인 라우발은 투표권을 가진 인사는 아니다. 그러나 유럽 4대 프로축구 리그중 하나를 이끄는 수장이기에 플라티니 회장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다.

플라티니 회장 진영에도 균열이 왔다. AP통신에 따르면 플라티니 회장의 비서실장 케빈 라무어는 무기한 휴직을 신청하고 사무실을 떠난 상태다. 회장 선거를 불과 4개월여 남겨둔 시점이다. 라무어는 플라티니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UEFA는 "이미 몇달 전에 9월 말 휴직을 하기로 합의가 된 사안"이라면서 "휴직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또 다른 플라티니 회장의 든든한 후원자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의 움직임도 노선을 달리할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2일 '플라티니 회장이 FIFA 차기 회장 선거(내년 2월 26일) 레이스에서 이탈할 경우, 바레인 출신인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이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셰이크 살만 회장은 대표적인 '친플라티니' 인사다. 그는 지난 7월 플라티니 회장을 차기 FIFA 회장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AFC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AFC 회원국은 최적의 단일 후보 플라티니 아래 뭉쳐야 한다"고 밝혀 물의를 빚었다. 또 플라티니 회장을 FIFA 회장 후보로 옹립하려는 불법 추천서를 AFC 회원국에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플라티니 회장의 의심스러운 돈거래가 확인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플라티니 회장이 선거에 안 나선다면'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스스로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건 플라티니 회장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플라티니 회장은 우군을 잃은 셈"이라며 "플라티니 회장은 향후 스위스 검찰 수사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대로라면 플라티니 회장이 FIFA 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 사전 검증을 통과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29일 축구계에서 영구 퇴출된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처럼 플라티니 회장이 FIFA 윤리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플라티니 회장이 흔들리며 반사이익은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보고 있다. 유럽 가맹국들은 '반 블래터' 성향의 인물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요르단 왕자는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래터 회장에 맞선 바 있다. 여론 정보에 누구보다 민감한 베팅업체들은 플라티니 회장을 예상 당선자 1순위 자리에서 지우고 그 자리에 후세인 왕자의 이름을 넣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팅업체 윌리엄힐은 플라티니 회장의 당선 가능성을 3분의 1로 줄여 다시 배당률을 책정하기로 했다. 베팅업체 라드브록스는 후세인 왕자의 당선 확률을 25%에서 64%로 크게 올려 배당률을 매겼다. 역시 FIFA 회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역시 입지가 넓어진 상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