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윤석민은 확실히 클래스가 달랐다.
윤석민은 2일 광주 두산전에서 8회 등판, 2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있었다. 승리 투수가 됐지만,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윤석민은 절체절명의 상황에 등장했다. 팀이 1-0으로 리드하던 8회 무사 1, 3루 상황에서 등판했다. 선두타자 김재호에게 중견수 얕은 희생플라이를 맞았다.
윤석민은 낮은 공을 던졌지만, 김재호가 가까스로 쳐냈다. 윤석민의 실투라기 보다는 김재호의 배트 컨트롤이 빛났던 장면이다. 결국 3루 주자 고영민이 홈을 밟았다. 1-1 동점이 됐다.
윤석민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윤석민은 "처음에는 무조건 점수를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동점을 허용한 뒤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점수를 주고 난 뒤 1루 주자는 막는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우리 타자들을 믿었다"고 했다.
결국 허경민을 2루수 앞 땅볼, 최주환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윤석민의 안정감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특히, 최주환을 상대하면서 던진 3개의 연속 바깥쪽 패스트볼은 압권이었다. 0B 2S에서 연거푸 바깥쪽 낮은 쪽 약간 빠진 볼을 패스트볼로 꽂아넣었다. 최주환은 2차례나 가까스로 참았다. 특히 4구째는 최주환의 체크스윙이 가까스로 돌지 않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웬만한 투수같으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윤석민은 너무나 여유로웠다. 또 다시 5구째 바깥쪽 예리한 패스트볼을 던지며 헛스윙을 기어이 유도했다. 5구째 공도 공식적으로 스트라이크였지만, 존을 살짝 비껴간 볼이었다. 최주환 입장에서는 이전 2개의 공보다 약간 덜 벗어나는 바깥쪽 공이었기 때문에 배트가 나갈 수밖에 없었다. 같은 코스에 공을 3개나 연거푸 던질 수 있는 배짱과 제구력. 한마디로 윤석민의 날카로운 제구와 풍부한 경험이 응축된 상징적 장면이었다.
9회 두산의 클린업 트리오가 나왔다. 하지만 민병헌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김현수를 2루수 앞 땅볼로 아웃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 양의지마저 삼진 아웃.
윤석민은 공식적으로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터프 세이브보다 더 터프한 마무리를 했다. 그는 "최근 던지는 이닝이 늘어나 약간 힘들다. 하지만 4게임밖에 남지 않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