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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 1개 남은 40-40, 테임즈의 행복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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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딜레마다.

NC 에릭 테임즈는 올 시즌 박병호(넥센)와 함께 강력한 MVP 후보다.

3할8푼으로 타격왕은 사실상 확정했다. 46홈런 39도루, 13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OPS는 무려 1.284다. 타격 전반에서 모두 초특급 수치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기록이 있다. 프로야구 최초의 40-40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5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아직 일본에서는 40-40이 탄생되지 않았다.

테임즈는 이제 도루 1개만을 남겨놨다. NC는 아직까지 4경기가 남아있다. 만약 '40-40'에 성공하면, MVP 경쟁자 박병호를 제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테임즈는 뛰어난 기량 뿐만 아니라 성실함과 팀과의 조화도 훌륭한 외국인 선수다. 개인적 욕심보다는 팀 공헌도가 매우 높다. 평범한 내야 땅볼을 치고도 전력질주하는 단적인 모습에서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40-40은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테임즈는 확실히 40-40에 대해 의식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1회 2사 1루 상황에서 우선상 1루타를 쳤다. 1루 주자 박민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사실 2루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1루에서 멈췄다. 도루 성공을 위한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포수의 송구거리가 3루보다는 2루가 더 멀다. 테임즈의 도루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테임즈는 딜레이드 스틸을 시도했고, 2루에 안착했다. 시즌 39도루에 성공하는 순간.

이날 NC는 무려 17점을 기록했다. 그만큼 타석 로테이션이 빨랐다. 8회까지 테임즈는 5타석에 들어섰다.

1회 도루를 성공한 뒤 내친 김에 40-40을 달성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도루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테임즈의 뛰어난 타격능력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3번에 배치된 박민우의 타격감도 좋았다. 3타수2안타 4득점을 기록했다.

3회 테임즈는 볼넷을 얻었다. 하지만 이미 박민우가 1루에 나가 있었다. 즉, 1, 2루 상황. 더블 스틸이 아니면 테임즈가 2루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블 스틸은 쉽지 않았다.

5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도루 가능성은 스스로 봉인시켜버렸다.

7회에도 볼넷을 얻었다. 그러나 역시 박민우가 1루 주자로 나가 있었다. 8회에는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다. 상황에 따른 대단한 타격을 보여줬다. 하지만 더 이상 도루를 추가하진 못했다.

테임즈는 뛰어난 장타력과 NC의 활발한 공격력이 맞물리면서 도루를 만들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원천차단됐다. 아직 테임즈에게 기회는 충분히 남아있다. 하지만, 뛰어난 장타력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행복한 딜레마가 생기게 됐다. 정말 대단한 타자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