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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의 홈승률 5할 돌파, 한화팬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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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합니다."

한화 이글스 팬들은 지난해까지 '보살'이라고 불렸다. 팀이 밥먹듯이 지더라도 늘 한결같이 성원을 보냈기 때문이다. 허탈하고, 속상하고, 분통이 터질 때마다 대전구장의 홈팬들은 노래를 불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고 노래했다. 진한 반어와 자기위로의 정서가 담겨있었다. 최근 수년간 하위권에서 전전하며 한화 팬에게 생긴 일종의 '내성'은 절망의 순간에서도 "행복하다"고 외치게 만들었다. 그들이 '보살'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한화팬들에게 올해는 조금 특별했다. 반어와 자기 위안보다는 액면 그대로 '행복하다'고 오랜만에 외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시즌 막판까지도 5위 탈환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올해 한화 팬들은, 특히나 대전 홈구장을 찾은 팬들은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것을 더 많이 봤다. 야구팬들에게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한화는 올시즌 괄목할 만한 변신을 했다. 지난 3년간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답지 않은 활약을 이어갔다. 특히 홈구장에서 열성적인 '육성응원'을 펼쳐준 팬에게 제대로 보답했다. 무려 7년만에 안방에서 승률 5할을 넘어선 것이다. 홈팬들은 한화의 달라진 모습에 열광했다.

홈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이보다 더 확실한 팬서비스는 없을 것이다. 그 정점은 마지막 홈 2연전에서 화려하게 터져나왔다. 한화는 29~3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당대의 최강팀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었다. 5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목전에 둔 삼성이다. 한화로서는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화는 불꽃처럼 타올랐다. 29일 경기에서는 상무에서 막 제대한 김용주의 깜짝 호투 덕분에 7대6으로 승리했고, 30일에는 무려 18대6의 대승을 거뒀다. 18점은 올시즌 한화의 팀 최다득점 신기록이다. 홈구장에서의 피날레를 가장 극적이고 화려하게 터트린 것이다.

특히 삼성과의 2연전 승리 덕분에 한화는 무려 7년 만에 홈구장 승률 5할을 돌파할 수 있었다. 38승34패를 기록하며 5할2푼8리의 홈승률을 달성했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홈구장 승률 5할을 넘은 건 김인식 감독이 팀을 이끌던 2008시즌이었다. 당시 한화는 홈에서 35승28패(승률 0.556)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홈승률이 8개 구단 중 2위였다. 하지만 이후 한화가 홈에서 5할 승률을 기록한 적은 없다.

30일 삼성을 크게 꺾으며 홈경기를 마무리한 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는 팬에 대한 감사 인사와 폭죽쇼 등이 펼쳐졌다. 팬들은 목청껏 "행복합니다"를 외쳤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가 이제 더 이상 '꼴찌'라고 업신여김을 받던 팀이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5위를 탈환하든 못하든, 한화는 분명 올시즌 팬들에 대한 의무는 확실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