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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앞둔 김동광호, 1년 전 인천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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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제28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조기 탈락할 위기다. 아시아 최강이자 '디펜딩 챔피언' 이란과 8강에서 격돌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은 29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대회 결선리그 F조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서 79대63으로 완승을 거뒀다. 앞선 경기까지 부진하던 문태영(서울 삼성)이 경기 시작과 동시에 6점을 몰아 넣는 등 16점을 올렸고 이승현(고양 오리온)이 12점으로 뒤를 받쳤다. 김태술(전주 KCC)도 11점, 이종현(고려대)은 9점을 넣었다. 김동광 감독은 양동근(울산 모비스)과 조성민(부산 KT)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주면서도 어렵지 않게 경기 운영을 했다.

하지만 3승2패로 F조 3위의 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잘 싸우다가 경기 막판 잇따라 무너진 중국, 카타르전 결과가 너무나 뼈 아프다. 더군다나 이란도 결선리그에서 필리핀에 덜미를 잡혀 E조 2위가 됐다. 한국 입장에서는 단단히 꼬였다. 우리나라는 10월1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간) 열리는 8강에서 이란에게 패하면 다음날 순위 결정전을 치르고 곧장 짐을 싸야 한다.

이란은 FIBA이 랭킹 17위로 한국(28위)보다 높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하메드 하다디(2m18)가 건재하고 스몰포워드 니카 바라미, 포인트 가드 마디 캄라니 등 아시아 정상급 선수들이 위력적이다. 최근 아시아선수권에서는 2007, 2009, 2013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전통의 강호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농구의 왕'으로 불린 지 오래다.

애초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 우승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우승팀에게만 주어지는 리우 올림픽 직행 티켓보다 2~4위 팀이 얻는 올림픽 최종예선 티켓을 노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8강에서 일본이나 필리핀을 만나려는 시나리오가 어긋나면서 리우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일단 인천에서의 좋은 추억을 떠올려 싸울 수밖에 없다. 시계를 약 1년 전으로 돌려보자.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이란을 79대77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준결승까지 이란을 만나지 않았고, 결승 당일에는 경기 막판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만 뒷심을 발휘해 '일'을 냈다. 당시 지휘봉을 잡은 유재학 감독은 "이란은 해답이 없다"고 객관적인 실력 차를 인정했지만 예상 외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이었다.

하디디, 캄라미, 바라미의 삼각편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이번에도 강한 압박 수비뿐이다. 2대2 플레이에 능한 상대를 거친 몸 싸움으로 자극시켜야 한다. 이란의 삼총사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10년 넘게 호흡을 맞춰 온 선수들이다. 쉽지 않겠지만, 득점 확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것뿐이다.

문제는 뒷선이다. 앞선에 위치한 양동근 조성민 등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이란 가드진에게 밀리지 않았다. 이에 반해 하승진, 오세근, 김주성, 윤호영 등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골 밑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1년 전에도 대표팀에 승선했던 김종규 이종현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는데, 하디디가 완벽한 통제권을 갖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부딪혀야 한다. 상대가 강한만큼 공수에서 더 많은 움직임이 필요한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 또 하나의 기적이 완성될 수 있다. 한국은 지난달 대만 존스컵에서 이란에 46대77로 크게 졌지만 당시는 100%의 전력이 아니었다. 코트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란에 기 죽을 필요도 없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