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인조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로 데뷔한 수지는 이듬해인 2011년 KBS2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 연기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수상했다. 여세를 몰아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에 올랐다. 그해 수지는 영화와 드라마, 가수, 예능 모든 부분에서 신인상을 휩쓸면서 신인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까지라는 점이다. 너무 일찍 최고 정상에 오른 탓일까. 그 뒤 수지는 가수로서 지난 3월 미쓰에이의 일곱 번째 프로젝트 앨범의 타이틀곡 '다른 남자 말고 너'가 뜨거운 호응을 얻긴 했으나 이미 최정상에 오른 그녀의 주가를 더 올려줄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속사 대표인 박진영('어머님이 누구니')에게 2주만에 음원차트 1위를 내주면서 뒷심을 잃었다
배우로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후반기 내내 매달렸던 영화 '도리화가'의 개봉 시기는 미정이다. '건축학개론' 이후엔 드라마 '빅'(2012년), '구가의 서'(2013년) 등을 했으나 연기자로서 크게 눈에 띄지는 못했다.
아주 냉정하게 말하면, 수지는 어찌보면 2012년 '건축학개론'으로 얻는 국민 첫사랑, 국민 동생의 이미지를 계속 소비해가면서 3년여를 버텨왔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하는 법. 팬들은 항상 새로운 그 무엇을 기대하고, 웬만한 대박에도 놀라지 않는다. 그게 바로 최정상에 선 톱스타에게 주어지는 '가혹한'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수지는 이제는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수지에게 가장 요구되는 과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좀 더 부지런히 뛰어야한다는 것이 연예계 중론이다. 특히 배우로서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팜므파탈이나 섹시한 캐릭터 등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왕관을 내어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지금껏 이미지에 크게 의존했던 전략을 수정, 스릴러나 강한 장르에 도전해 진정 배우로서 연기를 해보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당장의 타율에 연연해하지 않고, 롱런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맥락에서 배역이 작더라도 좋은 감독과 훌륭한 연기 선배들의 '콜'이라면 선뜻 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지현이 스크린에서 '여주인공 고수 전략'을 과감히 포기하고, 서브조연으로까지 보이는 '베를린'이나 '도둑들'을 하면서 일약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을 벤치마킹할 일이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