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베테랑이었다. 전북이 베테랑들의 활약 속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실패 후유증을 어느정도 털어냈다.
전북이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1라운드에서 3대1로 승리했다. 승리한 전북은 승점 65를 확보했다. 2위 수원(승점 54)과의 승점차를 11점으로 벌렸다.
이날 경기의 포인트는 '후폭풍'이었다. 전북은 16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감바오사카와의 2015년 ACL 8강 2차전에서 2대3으로 졌다. 역전패였다. 특히 경기 종료 1분전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그 골만 아니었다면 전북이 4강에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전북의 상실감은 컸다. K리그 2연패를 목표로 재조정했지만 공허함을 채우기는 어려웠다.
대전과의 경기 전 전북 관계자들의 표정에서도 잘 드러났다. 전북 프런트들은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눈에는 아쉬움이 그렁그렁했다. 다들 "내년을 기대한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최강희 전북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 감독은 "잊어야 한다. 그런데 쉽지는 않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최 감독은 "오사카에 다녀온 뒤 고참 선수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며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베테랑 이동국(36)과 이근호(30)가 빛났다. 이동국은 전반 5분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근호의 패스를 받아 방향만 살짝 틀어놓는 슛으로 골을 만들었다. 전반 27분에는 이근호가 한 방을 날렸다. 루이스(34)의 스루패스를 받아 절묘한 칩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이동국은 후반 12분 날카로운 패스로 장윤호(19)의 쐐기골을 도왔다. 이동국과 이근호는 나란히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어려운 경기였다.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평가했다. "ACL 후유증이 분명히 있었다"며 말한 뒤 "선수들이 정신력으로 극복해줬다"고 칭찬했다. 이어 "선수들이 ACL 못지않게 K리그 우승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 감독은 "베테랑들이 잘해줬다. 역시 경험이 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동국 역시 "일본 원정 후에 선수단 분위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 패배 이후 한동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K리그가 남아있다. 선수로서 역할이 남아있다. 동료 선수들 경기장에서 하려고하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전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