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이 완공돼 팬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고척스카이돔을 사용해야할 넥센 히어로즈와 서울시는 아직도 사용에 대한 협의를 끝내지 못했다.
돔구장이라는 현대식 시설이 목동구장보다 훨씬 좋음에도 불구하고 넥센은 한숨을 쉬고 있다. 조금씩 협상에 진전을 보인다는 말이 나오지만 넥센의 한숨은 그치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그것은 서울시가 신뢰를 깬 탓이다.
서울시와 넥센의 협상 과정을 보면 서울시가 넥센을 파트너로 보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갑'인 서울시가 '을'인 넥센을 밀어붙인 꼴이다.
엄청난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고척스카이돔은 프로구단을 유치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세금 먹는 폭탄이 된다. 잠실에 터를 잡은 두산과 LG는 옮길 이유가 없고 고척돔과 가까운 목동구장을 쓰는 넥센이 영입 대상이었다. 허나 넥센은 2008년부터 홈으로 사용한 목동구장에 터를 잡았다는 생각에 고척돔으로 옮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척돔에서 쓰일 운영비가 늘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목동구장이 더 좋았다.
당연히 서울시는 넥센에 당근책을 써 고척돔으로 오게끔 만들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목동구장을 2016년부터 아마추어 전용구장으로 사용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세입자인 넥센과 협상이 먼저지만 넥센에 말도 없이 대한야구협회와 협의를 먼저했다. 넥센에겐 발표 전날 전화로 통보했을 뿐이었다. 넥센을 목동구장에서 내쫓아 어쩔 수 없이 고척돔으로 가게 만들었다.
모기업없이 운영되는 넥센은 풍족하게 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 비용이 늘어나면 그만큼 발품을 팔아 스폰서를 더 끌어와야 한다. 얼마가 들어갈지 모르는 돔구장이기에 넥센은 운영권을 얻어 열심히 마케팅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운영권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넥센이 아닌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운영권을 넘겼다. 절차에 따라서 했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불합리했다. 넥센은 운영권 결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넥센은 서울시로부터 불과 일주일 뒤에 운영권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착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울시의 마음이 어디에 있었는지 답이 나온다. 넥센측은 "우리를 들러리 세우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 PT에 참가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서울시는 넥센이 고척돔에서 앞으로 2년간 목동구장에서처럼 광고권 사용료를 내고 넥센이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운영권 역시 2년 뒤 다시 위탁사업자를 선정하는데 그땐 넥센이 우월한 입장에서 운영권 위탁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넥센을 설득한다.
허나 지금까지 보여준 서울시의 모습을 볼 때 이를 곧이 곧대로 믿고 사인을 할 수는 없는 넥센이다. 넥센이 열심히 뛰어 광고료를 벌 경우 2년 뒤 광고권까지 서울시가 가져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운영권 역시 넥센이 앞선다고 하지만 서울시설관리공단은 2년간 직접 운영을 하며 노하우를 쌓게 된다. 넥센이 운영권을 가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서울시는 넥센이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할 경우 서울시가 지원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로선 한발 물러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넥센은 당장의 2년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고척돔에서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바라고 있다. 자칫 2년 뒤 또 이러한 줄다리기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다른 지자체는 야구단이 운영권을 가지고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야구단이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큰 돈이 들어가는 프로구단이 자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허나 서울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넥센은 당장 연고지를 옮길 수도 없고 고척돔 외엔 사용할 수 있는 구장도 없으니 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결국엔 고척돔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2년뒤다. 서울시는 넥센을 파트너로서 인정을 하고 신뢰를 쌓으며 협상을 할까. 모든 야구팬이 지켜볼 것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