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투저가 절정이었던 지난해 36명이 3할타율을 기록했다. 올해도 27명이 3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일급타자 첫 번째 잣대인 3할타율은 가치가 다소 희석됐다. 그래도 3할타율은 예나 지금이나 타자들에겐 귀한 훈장이다.
올시즌 수년만에 생애 첫 3할타율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외국인 타자와 신인을 제외하고 이명기(SK) 고종욱 김민성(넥센) 김재호(두산) 박민우(NC) 등 5명이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중이다. 외국인 타자는 kt 마르테가 타율 0.365(2위)로 일찌감치 3할 9부능선을 넘었고, KIA 필(0.323, 12위)도 지난해 규정타석 미달 아쉬움을 털어내고 있다. '슈퍼 신인' 구자욱(삼성)은 0.349(4위)로 위력적인 프로무대 스타트를 끊은 상태다.
3할 타율이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워보이는 타자들도 있다. 통산 타율이 3할2푼인 한화 김태균(0.319)과 슬럼프와 부상이 한달을 넘겨도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롯데 손아섭(0.324), 끈질긴 타격의 진수를 보이는 KIA 이용규(0.338), 파워와 정확도를 겸비한 두산 김현수(0.327), 삼성 최형우(0.322). 하지만 대다수 타자들은 3할을 찍기 위해 자다가도 방망이를 집어들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 죄다 노력의 산물이다.
3할이 갖는 또다른 의미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다. 타격에 눈을 떴다는 표현도 쓴다. 한 시즌을 통틀어 3할 이상을 쳤다는 것은 맞히는 능력과 수싸움, 시즌을 치러낼 체력,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모두 갖췄다는 것을 뜻한다. 3할 타자 영예는 평생 따라 다닌다.
SK 이명기는 2013년 0.340, 지난해 0.368을 기록했지만 규정타석 미달이었다. 올해는 팀내 타율 1위(0.321, 14위)로 거듭났다. 하염없이 추락하던 SK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3패로 재차 5위싸움에 뛰어들었다. 5위 롯데에 반게임 뒤진 6위다. 테이블 세터인 이명기의 활약이 밑바탕이었다. 넥센 고종욱(0.318, 17위)은 염경엽 감독이 공을 들여 키운 선수다. 올시즌을 겨냥해 지난해 계속 기회를 부여했고, 고종욱은 응답했다. 서건창과 이택근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팀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0홈런-20도루는 호타준족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김재호는 2013년 0.315를 기록했지만 규정타석 미달이었다. 올시즌 고타율(0.316, 18위)만큼이나 주전 유격수로 팀 수비를 조율하고 있는 멀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민성은 갈수록 타격이 좋아진다. 이장석 넥센 대표는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아쉬움을 삼킨 뒤 강정호를 떠나보냈다. 몇몇 선수가 더 성장해야 팀이 돌아간다고 했는데 그 중심이 김민성이었다. 김민성은 타율 0.306 16홈런 70타점으로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중이다. 이택근-박병호-유한준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급 중심타선 뒤에서 상대 투수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다.
지난해 신인왕 박민우는 NC의 확실한 톱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고감도 방망이(타율 0.304, 26위)에 45도루(2위)로 NC를 가을야구로 이끄는 중이다. 이밖에 kt 박경수는 타율 0.299로 11시즌만에 처음으로 3할을 움켜쥘 태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