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복수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이 순간만 기다렸다. 4월 18일 올 시즌 첫 슈퍼매치에서 수원에 1대5로 완패한 이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1대5라는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는 참담한 패배"라고 했다.
칼날을 갈고 또 갈았다. 6월 27일, 안방에서 기회가 왔다. 3만9328명이 운집했다. 설욕과 추억이 뒤엉켰다. 그러나 기다리던 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득점없이 비기며 아쉬운 발 길을 돌렸다.
세 번째 슈퍼매치 앞두고는 최악의 위기였다. 서울은 4연승 후 최근 3경기에서 1무2패로 부진했다. 한 경기를 덜 치렀지만 눈을 돌릴 곳은 없었다. 그룹A행이 안갯속이었다.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었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최 감독이 슈퍼매치의 시계를 다시 돌려놓았다. 서울은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3대0으로 완승했다. 올 시즌 슈퍼매치 첫 승을 챙긴 서울은 3위 승점 48점을 기록했다. 그룹A행 확정이 멀지 않았다. 2위 수원(승점 54)과의 격차도 줄였다. 스플릿 분기점까지 3경기가 남았다. 모두 홈 경기라 발걸음이 가볍다.
최 감독은 비로소 입가에 웃음 꽃이 피었다. 그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결과를 놓고 재평가 받고 싶다"고 했다. 전반에 이미 대세가 갈렸다. 서울은 전반 20분 고광민이 얻은 페널티킥을 아드리아노가 선제골로 연결했다. 아드리아노는 전반 40분 몰리나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화답, 멀티골로 펄펄 날았다.
하이라이트는 전반 42분이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서울의 주장 차두리가 슈퍼매치에서 골을 터트렸다. 연제민의 로빙 패스 미스를 가로채 20m를 질주한 후 오른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최 감독은 "슈퍼매치 중 가장 기분 좋은 경기였다. 믿을 수 없는 선수가 득점을 했다. 선수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집중력과 전투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며 환호했다. 믿을 수 없는 선수는 바로 차두리다. 최 감독은 경기 직전 "김남춘 오스마르 몰리나는 골을 넣을 것 같은 데, 차두리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기분좋게 전망이 비켜가면서 최고의 날을 맞았다.
최 감독은 "많은 골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했다. 선수들이 준비과정부터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여지껏 우리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전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강조했다. 세트피스도 잘 됐다. 모든 공은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복수라는 점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최근 부진으로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았다. 선수들에게 전투력, 단결심을 강조했다. 똑같은 3점이지만 우리의 본모습을 찾은 부분에 만족한다. 더 치열하게 싸울 수 있어야 한다. 향후 홈 3연전이다. 박주영도 운동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스플릿 B로 떨어질 수 있다. 정신무장을 다시 한 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1승1무1패로 슈퍼매치의 성적을 원점으로 돌린 최 감독은 서 감독과의 대결에서도 6승2무3패로 우세를 유지했다. 수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