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갈 곳이 없다. 졸업까지 미룬다. 정부에서는 '실업해소'를 외친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청년실업, 정말 심각하다.
드라마 한편이 떠오른다. 지난해 인기작, '미생'이다. 계약직 장그래의 회사생활을 그렸다. 장그래는 정식직원이 못됐다. 그래서 가슴에 더 와 닿는다.
'미생'의 무대는 '종합상사'다. '가슴'으로 일하는 만능맨들의 일터다. 국내 해외를 가리지 않는다. 예비 취업생이라면 한번 꿈꿔볼 만하다.
입사지원서를 들고 찾아보자. 국내 상사의 간판은? 대우인터내셔널과 삼성물산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생'의 무대였다. 신임 김영상 대표가 이끌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제일모직과 합쳤다. 상사부문 수장은 김 신 대표다.
두 CEO, 1957년생 동갑이다. 똑같이 서울대를 나왔다. 공교롭게도 처지도 비슷하다. 최근 '내홍'과 '합병', 큰 변화를 겪었다. 입장은 다르지만 임무는 똑같다. '수익성재고'가 급하다.
종합상사의 시장은 '미생'이다. 두 CEO, '완생'을 향해 달린다. 어깨가 무겁다. 과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아, 그리고 또 하나. 궁금한 게 있다. 두 CEO라면 장그래를 어떻게 했을까.
▶대우인터내셔널 vs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의 출발점은 1967년, 대우실업이다. 1982년 ㈜대우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2000년 12월 ㈜대우로부터 분할, 독자 법인으로 출범했다. 이후 포스코그룹에 편입됐다. 2010년이다.
지난해 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 20조4078억원의 최고 성적을 냈다. 하지만 심한 갈등을 겪었다. 핵심 사업인 미얀마 가스전을 모기업인 포스코가 분할매각하려는 시도가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전병일 당시 사장이 물러났다. 지난 6월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문화의 차이였다. 개성 강한 '대우맨'과 안정적 기업문화의 '포스코맨'의 갈등이 심했다고 한다. 신임 김 대표가 풀어야 할 큰 숙제 중 하나다.
24일에는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 본사를 찾는다고 한다. 지난 1월 본사를 송도로 이전한 이후 첫 방문이다. 내홍의 후유증을 어떻게 봉합할 지가 관심사다.
삼성물산은 1938년 설립된 삼성상회가 모태다. 1975년, 대한민국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됐다. 회사의 자부심이 남다르다. 95년 삼성건설을 흡수 합병했다. 이후 건설·유통·금융 등으로 사업을 넓혀 나가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내의 중요한 해외무역창구다. 모든 상품의 수출입을 책임진다. 합작투자, 해외 에너지 및 천연자원의 개발도입 등 영업 분야도 다양하다.
올해들어 덩치가 더 커졌다. 9월1일 제일모직과 합병, 거대 삼성물산으로 탄생했다. 시너지 효과가 주목되는 '사건'이다.
지난해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매출은 13조5720억원, 영업이익은 83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영업통 vs 재무통
김영상 대표는 6월17일 전격 취임했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 시도로 직원들의 반발이 거셌을 때다. 내부 갈등 봉합,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취임 후 조직 안정에 온 힘을 쏟았다. 직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출장은 모두 미뤘다. 약 한 달간 그렇게 바빴다. 김 대표에게 맡겨진 첫 번째 짐이었다.
1982년 ㈜대우에 입사했다. 주로 해외에서 뛰었다. 토론토지사장, 모스코바지사장 등 12년 간 '외국물'을 먹었다. 철강1실장, 금속실장, 원료물자본부장, 철강본부장 등도 거쳤다. 이같은 경력에 철강영업 전문의 '해외 영업통'으로 통한다.
김 신 대표는 삼성에서 인정받은 '젊은 피(?)'였다. 2010년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이사에 올랐다. 부사장 승진 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1979년 입사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경영지원실 금융팀장, 전략기획실 금융팀 전무 등을 거쳤다. 재무통이다. 2010년에는 자원본부장을 맡아 광구 개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글로벌 가치창조'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차별적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다. 트레이딩 외에도 금융, 투자, EPC 등을 주도하는 글로벌 상사의 꿈을 꾸고 있다. 원칙과 상식, 신뢰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이와함께 소통을 강조, 사내 온오프라인 채널인 '컴톡'이나 '공감챗' 등으로 직원들과 대화를 자주 나눈다. 지난 제일모직 합병 때는 합병 관련 상황실인 '워룸'의 실무를 총괄, 큰 역할을 했다.
▶장그래? 현실에는 없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최근 3년의 실적을 보자. 2012년 매출 17조3201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397억원이었다. 2013년에는 매출 17조1086억원, 영업이익 15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앞서 언급한대로 20조407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3761억원을 올렸다.
그런데 올해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 2분기에 매출 4조7045억원, 영업이익 86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0.6%가 줄었다. 영업이익은 10.2%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미얀마가스전 판가와 공급량이 줄어든 탓이다. 김 대표의 두 번째 숙제다. 취임사에서 "경영 환경이 작년 경영계획 수립 당시보다 나빠지고 있고, 매출과 이익 모두 목표에 미달하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동안 영업력을 극대화해 경영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자"고 강조한 이유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2분기 성적표도 다르지 않다. 매출 2조8473억원, 영업이익은 227억원이었다. 작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제대로 사업을 펼치지 못한 결과다.
어쨌든 이 또한 김 신 대표의 숙제다. 더군다나 합병후 상사부문에서는 2020년 매출 19조6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갈 길이 멀다. 동갑내기, 서울대 동문인 두 CEO는 어떻게 숙제를 풀어나갈까.
아, 잊을 뻔 했다. 장그래 문제를 짚어보고 끝내자. 양사에 드라마속의 장그래에 대해 물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사팀에서 답이 왔다. "인턴사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중간 평가와 근무평점, 중간 추가 면접을 통해 필요한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 애초에 계약직은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역시 계약직이 없단다. 입사를 위해서는 모두 시험을 봐야 한단다. "인턴은 2개월 정도 방학기간에만 운영한다. 드라마와 다르다. 인턴을 했다고 해서 정규직 전환이 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일반 사원들과 똑같이 시험을 봐야 한다"고 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