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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참사 잊은 정우람의 세이브 온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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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vs. 8.80'

SK 와이번스 마무리 투수 정우람의 전반기, 후반기 평균자책점을 비교한 수치다. 시즌 전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를 견제할 수 있는 팀이라던 SK는 지금 5강 싸움에 전력을 쏟고 있다. 5위는 커녕 승률 5할도 못 채울 지경에 이른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강 마무리로 평가받던 정우람의 부진도 빼놓을 수 없다.

정우람은 15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6-3으로 앞선 9회말에 등판해 1이닝 동안 안타 1개를 허용하면서 무실점으로 막아 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6일만에 뒷문을 닫으며 시즌 14세이브째를 올렸다. SK로서는 삼성을 이겼으니 5강 싸움을 더욱 뜨거운 경쟁 속으로 몰아놓은 경기였다.

그런데 정우람은 그 이틀전, 지난 13일 창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치명적인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NC 지석훈에게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을 허용하며 눈물을 흘렸다. 4점차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정우람은 지석훈의 홈런을 포함해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패전까지 떠안았다. 올시즌 5번째 블론세이브이자 5패를 기록한 경기였다. SK에게는 가장 뼈아픈 패배로 기록될 수 있는 참사였다.

과연 정우람은 온전한 투구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날 삼성전에서는 9회말 등판해 박한이와 박해민을 상대로 변화구를 결정구로 던져 범타로 처리한 뒤 나바로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최형우를 1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위기없이 3점차 리드를 지켰으니 제 몫을 한 셈. 그러나 후반기 정우람의 행보를 들여다 보면 이날도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경기 전 김용희 감독은 정우람의 후반기 부진에 대해 "체력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구위가 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광주 경기에서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너졌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난 7월 28일과 29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정우람은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김원섭에게 끝내기 역점 3점홈런, 브렛 필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블론세이브와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리고 이틀 전 마산구장에서 또다시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고개를 떨궜다.

특급 소방수라 해도 한 시즌 믿을 수 없는 실수를 1~2번 정도 저지른다고 한다. 일본에 가있는 오승환도, 지금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임창용도 기세등등했던 시절 정우람처럼 실수를 여러차례 반복했다. 임창용의 경우, 지난해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31세이브를 올렸지만,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으며 4패와 9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5.84에 이르렀다. 하지만 임창용의 부진은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의 축제 속에 묻혀 그저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정우람도 마찬가지다.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첫 해, 체력이나 구위가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하다. 시즌 초 그가 마무리가 아닌 셋업맨으로 출발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정우람은 SK에서 대체 불가능한 불펜 에이스다. 결국 다시 소방수를 맡게 됐고, 전반기까지는 그 위용이 남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구위 저하, 제구력 불안이 나타나면서 점수를 내주는 경기가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SK에게 지금 정우람의 대안은 없다. 경험과 의지력을 믿을 뿐이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