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레소 오사카와 가계약을 했다고? 말도 안되는 얘기다."
격정토로였다. '황새' 황선홍 감독(47)이 포항 스틸러스와 재계약 협상을 앞두고 있다.
구단은 이번 달 중순 황 감독의 대리인과 한 차례 만남을 가졌다. 인사 차원의 첫 만남이라 진전은 없었다. 포항 관계자는 "시즌 중이라 재계약 얘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구단 방침이 정해지지 않아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 얘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2013년 10월 FA컵 우승컵을 2년 연속 들어올린 뒤 맺은 2년 재계약이 올해로 만료된다.
협상 이전에 황 감독은 구단과 풀어야 할 것이 있었다. 올해 초부터 황 감독의 주위를 둘러싼 민감한 소문이었다. 루머의 골자는 황 감독이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 사령탑으로 가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소문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P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던 황 감독이 올해 자격증을 취득하면 세레소 오사카 지휘봉을 잡기로 돼 있다는 것이었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P급 지도자 교육을 위해 독일로 떠나기 전 일본으로 날아가 계약을 마쳤다는 얘기까지 떠돌았다. 축구계에 알만한 사람은 이 소문을 접했을 정도다.
황 감독은 14일 스포츠조선을 통해 강력하게 소문을 부인했다. 그는 "(내가 세레소 오사카와 가계약을 했다는 소문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 왜 이런 소문이 흘러나왔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루머가 양산된 배경은 지난해 일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황 감독은 지난 시즌 실제로 세레소 오사카 측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제안은 달콤했다. 그러나 황 감독의 선택은 '거절'이었다. 그는 "지난해 오퍼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포항과의 계약기간이 남아있었다. 신의를 깨면서까지 모험할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구단 사장님이 두 차례 바뀌시고 재계약 협상 소식도 들리지 않아 시기적인 것 때문에 억측이 난무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외부 세력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황 감독은 "포스코가 내년 구단 예산을 30% 줄인다고 하고, 순위 싸움이 가열되는 시기에 팀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려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며 힘주어 얘기했다.
황 감독은 최근 선수들의 동요를 잠재웠다. 선수들을 모아 "지금 돌고있는 소문은 대부분 들었을 것이다. 거짓이다. 헛소문에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말고 올 시즌 우리의 목표를 향해 정진하자"고 얘기했단다.
황 감독의 마음 속 1순위는 '포항'이다. 지도자로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팀이다. 2010년 11월부터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뒤 자신의 축구 철학대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티키타카(바르셀로나식 패스축구)'를 국내 축구에 접목시켜 '스틸타카(스틸러스+티키타카)'라는 K리그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축구 색깔 구축만큼이나 중요한 성적도 냈다.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FA컵 맨 꼭대기에 올랐다. 특히 2013년에는 K리그 클래식 우승에 9부 능선을 넘었던 울산과의 승점차(5점)을 뒤집고 대역전 우승을 거뒀다. 그 해 K리그 최고의 감독이 됐다. 황 감독은 "내 마음 속 1순위는 포항"이라고 말했다.
재계약 협상에 있어서 돈은 중요하지 않단다. 황 감독은 "만약 내년 재정이 줄어들어도 문제가 안된다. 이미 지난 2년간 경험을 했던 부분이다. 오죽했으면 외국인선수를 안뽑았고, 지난 시즌 중 이명주를 중동에 내줬겠느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돈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가 추구하는 축구 색깔과 구단의 정책이 맞아야 한다"며 "팀은 미래가 있어야 한다. 유스 시스템 강화 등 확고한 계획이 없는 가운데 독창적인 팀을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협상은 비즈니스다. 황 감독의 잔류 의사가 확고하다고 하지만 언제나 협상이 틀어질 수 있다. 황 감독은 "구단과 만나서 얘기를 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가진 축구 철학을 존중해주고 그 방향대로 구단을 운영해준 점에 대해 감사하다. 그러나 코드가 맞지 않으면 헤어질 수도 있는 것이 프로의 생리"라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