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선수 컨디션에 따른 결정입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이나 시즌 막판 추가 편성 일정에서 순위 싸움을 할 때. 모든 사령탑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바로 투수진 운용이다. 효과적인 선발과 불펜 운용의 묘수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한다. 때로는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 순위 경쟁 중인 팀에 맞춰 내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의 등판 일정도 이런 방법에 맞춰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8일 광주 NC 다이노스전(3⅔이닝 6안타 4실점) 이후 13일 광주 LG 트윈스전에 나올 차례였지만, 등판을 걸렀기 때문. 5위 싸움 중인 15~16일 광주 한화전에 맞춘 것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단호하게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늘 '정공법'을 추구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신뢰가 간다.
김 감독은 15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양현종은 일단 16일 경기에 선발로 투입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에 관해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한화전에 맞춘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수의 몸상태를 살펴본 뒤 코치진과 상의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덧붙여 "만약 한화전에 맞추려고 했다면 15일 경기에 내보냈을 것이다. 또 임준혁을 준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수의 몸상태가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지난 8월28일 수원 kt 위즈전 때 타구에 공을 던지는 왼쪽 손목을 맞은 바 있다. 이후에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6이닝을 넘긴 적이 없다.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한 에이스의 예후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것은 사령탑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아무리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도 에이스의 몸보다 중요할 순 없다. 때문에 김 감독으로서는 양현종의 등판 일정에 대해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 연습 투구 내용을 면밀히 보고받고, 이대진 투수코치와 심도있게 상의한 뒤 내린 결정은 충분한 휴식을 준 뒤에 투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8일 이후 7일을 쉰 뒤 16일에 투입하는 것이다.
선발 투수의 경우 무작정 휴식일이 길다고 좋은 게 아니다. 투구 밸런스나 경기 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양현종은 타구에 맞은 뒤 몸상태가 좋지 않다. 이런 경우라면 휴식이 보약일 수 있다. 김 감독은 "16일 등판 이후에도 다음 경기 투입에 관해서는 투수코치와 상의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날짜상으로는 16일 이후 21일 인천 SK전에 나올 수 있지만, 이 경기 투입 여부는 16일 투구 이후 컨디션을 살펴본 뒤 정하겠다는 뜻이다. 갈 길은 바쁘지만, 에이스 보호를 위해서 김 감독은 일부러 더딘 걸음을 걷고 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