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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김성근 야구, 과정이냐 결과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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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김성근 야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하다. 한화 팬들은 안타깝고, 평소 김성근 감독 스타일을 마뜩지 않게 본 이들은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전반기와 후반기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야구는 마라톤이기도 하고, 단거리 달리기이기도 하다. 마라톤은 42.195㎞를 달리면서 단 한번 순위를 매기지만 야구는 매일 승패가 갈리고, 매경기 웃고 울는다. 잔여경기까지 마무리 되는 시점에 페넌트레이스 성적표를 받게 된다. 과정속에서도 얼마든지 칭찬이 가능하고, 비난도 가능하다. 293m짜리 단거리 달리기가 144일 이어진 마라톤이 야구다.

한화가 남은 15경기에서 15연승을 할수도 있고, 10승5패(이성적이면 아마도 5위 티켓을 잡는 것이 가능할지도)를 할수도 있다. 평가는 그때 그때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선 '2015년 김성근 야구' 앞엔 먹구름이 잔뜩이다. 핵심은 '모 아니면 도'식의 도박적 요소다.

후반기 한화는 위기다. 전반기는 44승40패로 5위였지만 후반기 들어 16승29패(10위)로 추락했다. 경기시간은 평균 3시간 35분으로 가장 길었다. 경기시간이 가장 짧은 팀은 1위 삼성과 꼴찌 kt로 3시간 17분이었다. 한화 경기가 길어진 가장 큰 이유는 잦은투수 교체, 벤치에서 나오는 작전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득점권 타율은 0.260으로 전체 8위, 벤치의 감각 지수중 하나인 대타성공률은 0.196으로 9위에 그쳤다. 팀타율은 0.269로 7위, 팀평균자책점은 5.01로 9위다. 올해 한화는 33차례 역전승으로 전체 2위지만 역전패도 1위(36패)였다. 불펜에 따라 성패가 좌우됐다.

감독은 결과로 평가받는 자리다. 김경문 NC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상대 왼손투수에 왼손대타를 냈는데 쳤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패전책임을 홀로 뒤집어 쓸 뻔했다"고 했다.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2-2로 맞선 9회초 2사 1,2루에서 왼손 김현수(두산)를 대타로 기용했다. 상대 투수왼손 이와세를 맞아 왼손 타자를 내밀었다. 김현수는 적시타로 결승타점을 올렸다. 한기주를 끝까지 믿고 중용한 것도 애간장을 태웠다. A감독은 "당시 경기를 보면서 불안했다. 김경문 감독이 혼자 책임을 질수 밖에 없는 극한 선택을 하는 것을 보고 노심초사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김경문 감독은 전승우승으로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성과를 올렸다. 야구에서 감독과 선수의 역할, 결과론의 단면을 보여준다.

올해 한화야구를 지칭하는 '마리한화'라는 별명은 참 절묘하다. 달콤한 유혹은 부작용도 크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두고 B감독은 "나는 하라고 해도 못한다. 김성근 감독님이니 가능한 일. 우리팀을 한화처럼 막돌리면 우리 선수들이 내 얼굴도 안보려 할 것"이라고 했다. C감독은 지난 5월 "한여름을 넘는 것이 1차 승부처이고, 매경기 한국시리즈를 하듯 경기를 하다보면 지칠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넘느냐가 2차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D감독은 "다른 팀 얘기할 겨를이 없지만 저런식(김성근 야구)으로 계속 쓰다보면 올해가 아니라도 내년에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E팀 프런트는 "지난 봄엔 한화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화 기사만 너무 많아 속상하기도 했다. 변칙야구가 못마땅했지만 잘 나가니 할말이 없었다. 지금 허무하게 추락하는 것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5연패에 빠진 한화는 선두권을 위협하던 기세좋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과정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지만 김성근 야구에서 과정은 종종 결과를 위해 삭제되곤 했다. 내일이 없는 야구는 혹사 비난을 야기했지만 당당한 결과물 앞에 설득력을 잃곤 했다. 유명무실한 선발투수, 점수차에 상관없이 등장하던 권혁, 하지만 당당한 결과물에 많은 이들은 입을 다물었다.

최근 박정진의 투구수 제한과 권혁 등판 시기 일부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좀더 이른 시점에 이들을 관리해 줬다면. 아쉬움이 크다. SK시절 김성근 야구와 한화 김성근 야구의 본질은 달라진 것이 없다. 성적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때도 김성근 야구에 대한 호불호는 엇갈렸다. 8위로 추락한 지금, 비난에 대한 안전장치는 허술하기만 하다.

꼴찌를 밥먹듯하던 한화 팬들의 심장은 다시 뛰고, 대전구장에는 팬들이 넘쳐났다. 김성근 감독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이것으로 올해 한화는 만족하며 웃을 수 있을까. 남은 15경기 결과에 팬심은 또 물결치듯 움직이겠지만 그들의 '불꽃'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