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충주시 수안보 족구전용구장.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여성 족구인들이 한데 모여 최고의 실력을 겨뤘다. TV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팀과 겨뤄도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의 실력들을 뽐냈다.
2015년 국민생활체육 전국 여성 족구클럽 최강전을 통해 생활체육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승패를 떠나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렸다. 선수들의 얼굴에서 땀과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모두가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승자와 패자가 서로를 격려하고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신랑과 자녀들까지 가족도 동참해 훈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엄마들의 멋진 공격과 호수비가 나올 때는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전국여성 족구클럽 최강전이 5~6일 이틀에 걸쳐 열렸다. 최강부, 여성1~2부 총 3그룹으로 나눠 조별리그 이후 4강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24개팀 300여명의 선수와 관계자가 참석했다.
족구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유일한 구기종목으로 공 하나만 있으면 장소 불문하고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이미 족구는 우리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다수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족구를 즐긴다. 또 유원지에서 갖는 회사 단합대회의 대표 종목이 족구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도 몸풀기로 족구를 할 때가 많다.
족구연합회에 등록된 동호인수만 35만명을 넘어섰다. 그중 여성 족구인수는 약 500명. 류재영 족구연합회 사무처장은 "실제 족구를 즐기는 인구는 등록수 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 조건이 적고 운동량이 많고 또 팀워크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생활체육으로 족구만한 게 없다. 등록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최강부 우승을 차지한 전주 루미컴의 경기력은 탁월했다. 준결승전에서 퇴계원을 명승부 끝에 제압한 루미컴은 결승전에서 스카이엔절스를 세트스코어 2대0으로 완파하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명실공히 국내 최강 여성 족구클럽이다. 팀원 7명의 실력이 고르고 공수 밸런스가 안정돼 있어 기복이 없다. 1부는 이천아트, 2부는 의령성우스포츠가 우승했다
루미컴은 전주시를 기반으로 한 족구클럽이다. 지역 전자부품회사 루미컴이 팀을 후원하고 있다. 루미컴 단장 겸 선수인 김순희씨는 족구 경력 11년차로 작은 홈쇼핑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주부이자 직장인으로 이렇게 족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 전국을 유람할 수 있어 좋다. 건강에도 좋고 특히 운동하고 나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루미컴의 감독을 맡고 있는 이양열씨와 주 공격수 강미자씨는 부부지간다. 이양열 감독은 전주 남자 족구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몸이 약했던 아내에게 운동을 권유했고, 강미자씨도 벌써 족구를 즐긴지 11년이 됐다. 이번 대회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강미자씨(김순희씨 회사에서 함께 근무)는 "족구는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최고다. 가족이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다. 세 아들들이 내가 족구를 해서 이기는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미자씨는 여성족구에서 최고 공격수로 통한다.
방과후 줄넘기 교사인 박찬영씨는 족구가 가정을 화목하게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여성 족구인들의 다수가 직장을 다니면서 짬을 내서 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루미컴의 경우 1주일에 3차례씩 오후 8시부터 10시30분까지 팀 훈련을 한다. 가족의 저녁식사를 챙겨주고 나와 땀을 흘린다. 그리고 전국 규모 대회 출전을 위해 주말에 원정을 떠난다.
루미컴의 경우 총 선수는 7명이지만 이번 대회에는 주말 회사 근무 때문에 2명이 오지 못했다. 이런 원정 경기를 위해 팀이 움직일 경우 경비가 만만치 않다. 1박2일 대회의 경우 전체 경비가 최대 8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없다.
류재영 사무처장은 "정부가 예전에 비하면 생활체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 또 국민들도 스스로 건강을 챙기기 위해 족구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을 찾고 있다"면서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꾸준히 생활체육에 대한 지원을 해나간다면 여성 및 노약자들의 건강한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충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