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도 포스트시즌에 가고 나도 대표팀에 나가면 좋겠습니다."
KBO가 8일 발표한 프리미어12 대표팀 명단에는 신선한 얼굴이 꽤 포함됐다. 대표적인 선수가 SK 와이번스 박종훈이다. 예비 명단이기는 하지만 박종훈이 프로 입단 후 대표팀 멤버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0년 SK에 입단한 박종훈은 올시즌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SK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라잡았고, 후반기 들어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고 있다.
박종훈은 이날 인천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는 내가 뭔가 확 트이는 시즌인 것 같다. 처음으로 올스타전에도 나가고 이번에 대표팀 명단에도 오르고, 솔직히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박종훈은 이미 이번 대표팀 멤버로 지난 7월부터 꾸준히 언급됐던 터다. 국제대회에서 '무기'로 통하는 언더핸드스로라는 점이 크게 작용됐다. 이번 명단에 포함된 투수중 정통 언더핸드스로는 박종훈과 롯데 정대현 두 명이다. 정대현은 이미 각종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불펜을 이끌며 명성을 쌓은 선수. 박종훈이 그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박종훈은 "만일 내가 그냥 오버핸드로 던지는 투수였다면 지금 이 성적 가지고 뽑히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언더핸드니까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전에 월드컵과 동아시아대회에서 뽑힌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기분이 정말 좋았다. 만약 이번에 최종 명단에 든다면 너무 영광스러울 것 같다"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박종훈의 말대로 국제대회에서 언더핸드스로는 미국이나 중남미 타자들에게 생소한 유형이다. 실제 국내 팀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타자들도 언더핸드스로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 박종훈은 "교육리그 가면 외국타자들을 상대해 봤는데 그 때문인지 올해 외국인 타자들이 편하게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언더핸드스로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종훈은 팀성적에 관해서도 욕심을 나타냈다. 만일 SK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대표팀 선발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종 발표가 나봐야겠지만, 그에 앞서 팀도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나도 태극마크를 달면 정말 좋겠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못나가고 나만 대표팀에 뽑히면 기분이 그저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훈은 지난 6일 인천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5안타를 맞고 3실점으로 막는 투구를 하며 시즌 4승째를 올렸다. 올시즌 들어 손꼽히는 호투였다. 5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던 박종훈은 6회를 2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뒤 7회 들어 집중 안타를 얻어맞으며 실점을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포수 사인대로 던졌어야 했는데, 힘으로 밀어붙이려다가 안타를 맞았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인데 오히려 화가 됐다"면서 "그래도 배운 것이 있다. 다음에 던질 때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