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월 29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23경기에 등판해 2승9패1홀드1세이브-평균자책점 7.93. 올시즌 한 번도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지 못했고, 6이닝 이상을 던진 적도 없다. 다른 팀에 있었다면 선발 보직은 고사하고 1군에 있지도 못할 성적이다. 그런데도 씩씩하게 마운드에 오른다.
한화 이글스가 지난 겨울에 '4년-34억원' 계약 조건으로 영입한 FA(자유계약선수) 송은범의 현주소다.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한 송은범은 2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특별한 부상 때문이 아니었다. 1⅓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3실점하고 조기 강판됐다.
초반부터 난타를 당했다. 1회초 안타 2개, 볼넷 1개를 내줘 1사 만루. 이택근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았다. 히어로즈는 이어진 1사 2,3루에서 김하성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추가했다. 너무나 쉽게, 순식간에 3점을 잃었다. 경기 초반 일시적인 난조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2회초 선두타자 박동원, 장시윤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고 교체됐다. 투구수 25개.
평균자책점이 8.23까지 치솟았다. 한해 평균 8억원이 넘는 돈을 받는 선수라고 믿겨지지 않는다.
일시적인 부진이라면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조금 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송은범은 경우가 다르다. 지난 7월 28일 두산전에 등판해 5이닝 2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2승을 거둔 게 마지막 승리다. 8월 7일 LG 트윈스전부터 3일 히어로즈전까지 5경기에 선발 나섰는데, 한 번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구위 회복의 기미도 안 보인다.
선발 투수가 부족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정 투수에 대한 편애가 팀에 도움이 될리 없다. 합리적인 기준으로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 팀 전체에 동기부여가 된다.
송은범은 지난 겨울 김성근 감독이 주도해 영입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SK 시절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말이 들린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성적을 보면, 과연 34억원 투자가 합당한 지 의심스럽다. 송은범은 KIA 소속으로 2013년 1승7패5세이브6홀드-평균자책점 7.35, 2014년 4승8패-평균자책점 7.32를 기록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