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 홍 철(25·수원)은 가끔 '미친다'는 소리를 듣는다.
K리그 클래식에서 한 번 '필'을 받으면 어시스트 세례를 퍼붓기 때문이다.
그는 3일 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라오스와의 2차전에서도 다시 한 번 미쳤다.
왼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한 홍 철은 한국의 왼쪽 측면 공격을 완벽하게 지휘했다.
전반 9분 만에 이청용의 선제 결승골을 도운 것을 시작으로 후반 13분 석현준의 A매치 데뷔골을 돕기까지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3개의 도움 모두 넘치는 스피드와 오버래핑으로 라오스의 측면을 완전히 무너뜨린 결과물이었다.
후반 24분 자신의 역할을 100% 완수한 그는 김진수에게 바통을 넘겨주며 3만여 관중으로부터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홍 철은 상대가 너무 약체였기 때문인지 빠르게 냉정함을 유지했다. "K리그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두 번 했지만 대표팀에선 처음이다. 기분이 너무 좋지만 오늘은 지나간 일이다. 안주하지 않고 레바논전을 잘 준비하겠다."
이어 자신의 이날 맹활약 비결을 동료 선수들에게 돌렸다. "팀에서 받쳐주는 동료들이 좋았기때문에 내 플레이도 좋았던 것 같다."
홍 철은 이날 자신이 펼쳐보인 플레이가 평소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사이드에서 자신있게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자신의 체질에 맞다는 것.
하지만 소속팀 수원에서는 이런 플레이를 자주 보이지 못한 게 아쉬웠던 모양이다. 개인 특성을 앞세우기보다 수원의 팀 색깔에 맞춰야 하기에 그랬다고 한다.
그러면서 "팀에 복귀해서도 공격적 플레이를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라오스전에서의 기운을 수원으로 몰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스스로 몇점을 줬을까.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다. 골을 못 넣어서 1점을 뺐다."
"내가 안주하면 진수와 주영이가 있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다. 수비력은 내가 강팀이랑 해서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자신이 선호하는 공격적인 플레이처럼 일희일비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 앞으로!'를 외치는 홍 철이었다. 화성=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