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리는 골폭죽이 터졌다.
슈틸리케호가 라오스를 대파하면서 러시아로 가는 발걸음을 힘차게 떼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일 오후 8시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가진 라오스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2차전에서 8대0으로 대승했다. 지난 6월 미얀마에 2대0으로 이겼던 한국은 2연승(승점 6·골득실 +10)으로 G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74위(한국 57위) 라오스는 공격수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에 임하는 극단적인 전술로 한국전에 나섰으나, 격차를 실감하며 고개를 떨궜다.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비토리아)을 원톱으로 놓고 손흥민(토트넘)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을 양 날개에 포진시키는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용(스완지시티) 권창훈(수원),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엔 정우영(고베)이 포진했다. 포백라인에는 홍 철(수원) 김영권(광저우 헝다)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나섰고, 골키퍼 권순태(전북)는 선발 라인업에 포진해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에 성공했다.
경기 초반부터 슈틸리케호가 불을 뿜었다. 전반 8분 라오스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으로 치고 들어오던 홍 철의 크로스를 이청용이 문전 정면에서 머리로 밀어넣어 한국이 기선을 제압했다. 3분 뒤에는 손흥민이 득점에 나섰다. 선제골과 마찬가지로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홍 철의 크로스를 손흥민이 문전 쇄도하며 오른발로 마무리해 점수차는 순식간에 2골차로 벌어졌다. 이후 한국은 라오스 진영을 완전히 점령한 채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으며 상대 의지를 무력화시켰다.
2015년 동아시안컵을 통해 기량을 떨친 권창훈의 발도 불을 뿜었다. 전반 29분 아크 오른쪽에서 얻은 찬스를 지체없이 왼발 중거리슛으로 연결했고, 전진해 있던 라오스 골키퍼 셍달라봉이 손쓸 겨를도 없이 또 골망이 출렁였다. 라오스는 수비에 주력하면서 역습을 노렸으나, 패스가 계속 끊기면서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후반전에도 슈틸리케호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석현준이 기어이 골맛을 봤다. 후반 12분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홍 철의 크로스를 문전 왼쪽에서 오른발로 방향을 바꾸면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홍 철이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한 순간이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7분 석현준 대신 황의조(성남), 후반 23분엔 홍 철 대신 김진수(호펜하임)를 내보내면서 실험에 나섰다.
라오스는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완연히 떨어진 모습을 드러냈다. 슈틸리케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28분 손흥민이 각도가 없는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그대로 시도한 오른발슛이 골문에 꽂혔다. 2분 뒤에는 장현수가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올린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던 권창훈이 왼발로 밀어넣었다. 손흥민은 후반 44분 아크 왼쪽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며 오른발슛으로 다시 골망을 갈라 해트트릭을 완성, 이날 경기장을 찾은 3만205명의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후반 48분에는 정우영의 패스를 이재성이 문전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마무리, 8골차 승리를 완성했다.
화성=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