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닥치고 공격) 포기'를 암시하는 최강희 전북 감독의 발언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최 감독은 상대의 극단적인 수비 전술에 지쳤다는 분위기다. 반면 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운명인 다른 팀 감독들은 최 감독의 발언에 불편해하고 있다. 이해는 하지만 진정한 '고수'라면 상대가 어떤 수비 전술을 꺼내든 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다.
K리그 디펜딩챔피언 전북, 올 시즌도 화려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26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와 8강 1차전을 치른다. K리그에서도 2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17승5무5패, 승점 56점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4월 12일 선두를 꿰찬 이후 단 한 차례도 그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전북이 흔들리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에두와 에닝요가 팀을 떠난 전북은 이근호, 우르코 베라, 루이스를 수혈했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했다.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던 조직력이 흐트러졌다. '시간이 약'이지만 실전의 연속이라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다. 전북은 8월 들어 2승2패를 기록 중이다. 22일 인천전 패배가 뼈아팠다. 인천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변이었다. 볼점유율 57대43, 유효수팅수 11대6으로 전북이 앞섰지만 결과는 0대1 패전이었다.
최 감독은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다. 약이 오를만도 하다. 그래서 그는 인천전 후 '닥공'에 지친 선수들을 위해 이기는 실리 축구를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공격 축구를 포기하는 발언은 아쉬움이 있다. 전북이 짊어지고 가야할 숙명을 던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연 최선인지도 되묻고 싶다. '절대 1강'은 전북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어느 팀이든 전북과 맞닥뜨리면 무게의 중심을 수비에 둘 수밖에 없다. 인천도 그랬지만 중, 하위권 팀들은 생존이 걸렸다. 스플릿 분기점(33라운드)이 가까워질수록 '수비 축구'는 득세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더 화려한 공격 축구로 뚫어야 하는 것이 전북의 숙제다.
전북과 바르셀로나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티키타카의 전성기 시절 바르셀로나를 상대했던 팀들은 모두 수비위주로 나섰다. 메시를 비롯해 개인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바르셀로나의 공격력에 맞서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조제 무리뉴 감독은 바르셀로나 봉쇄 해법으로 더 적극적인 수비전술을 펼쳤다. 그는 9명의 수비를 내리는 극단적인 수비전술로 나섰다. 팬들은 이같은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안티 풋볼'이라고 불렀다. 바르셀로나 사령탑을 지낸 요한 크루이프 아약스 기술고문은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두고 "더러운 안티 풋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티 풋볼'은 '뷰티풀 풋볼'의 대척점에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안티 풋볼'을 통해 전술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바르셀로나의 기술축구를 봉쇄하기 위해 수비축구는 더 발전했고, 이것이 진화해 공격적인 스리백이 탄생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이 스리백을 넘기 위해 MSN트리오(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를 구축, 전방에 더 빠르게 볼을 넘긴 후 1대1로 상대를 제압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격 전술을 만들어 냈다.
그라운드는 전장이다. 전술의 경연장이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 팬들은 골이 터질 때 비로소 축구의 진정한 매력을 느낀다. 시즌 초반 모든 감독들이 공격적인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겠다고 한다. 그러나 벽에 부딪히고, 성적이 곤두박질치면 살아가야 할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성적이 초라하면 팀은 물론 감독의 미래도 보장받을 수 없다.
모든 감독들이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전술은 존중돼야 한다. 실리축구로 변화를 모색하는 최 감독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적어도 전북이라면 달라야 한다. 전북이 한국의 바르셀로나가 됐으면 하는 희망은 과연 무리일까.
최 감독의 '닥공'은 '흥행 전도사'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전북 축구는 올 시즌 더 뜨겁다. 누적 관중이 24만1057명으로 1위다. 평균 관중은 1만6070명으로 홈에서 두 경기를 덜 치른 FC서울(22만3088명·평균 관중 1만7161명)에 이어 2위에 위치했다. 1000만 서울과 65만 전주를 비교하면 전북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에도 가파른 상승세다. 19일 주중에도 불구하고 1만4912명이 몰렸다. 22일 주말 경기에선 유일하게 2만 관중(2만3113명)을 넘었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닥공'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 K리그가 더 발전할 수 있는 토양도 마련될 수 있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