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군단'과 '거대 여우'의 궁합은 정말 맞지 않는 것일까. 3개월 만에 1군 무대에 돌아온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가 또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1군에서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지만, 정작 경기에 나가는 일은 드물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폭스는 지난 5월 나이저 모건의 대체 선수로 한국무대를 밟았다. 영입 당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폭스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봉이었다. 한화는 당시 폭스와 12만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시즌이 이미 개막한 뒤라는 걸 고려해도 무척 싼 몸값이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화로서는 부담없는 지출이다. 게다가 만약 이런 폭스가 알찬 활약을 보여주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화는 폭스의 영입을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폭스는 결정적으로 '내구성'에 큰 문제가 있었다. 5월2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실력에 대한 검증을 받을 시간도 없이 부상으로 사라졌다. 데뷔전 이후 딱 3일간 3경기를 더 뛰고 5월24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전날 수원 kt 전에서 1루로 뛰다가 허벅지 근육이 찢어진 탓이다.
재활은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걸렸다. 처음에는 4~5주 정도 뒤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는데, 결국 폭스는 거의 3개월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상당히 늦었지만, 그래도 복귀 시점은 나쁘지 않았다. 한창 5위 싸움을 하던 한화 타선의 힘이 떨어져가던 시기. 폭스의 합류는 분명 새로운 힘을 더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폭스의 복귀효과는 미미하다. 일단 출전 자체가 드물기 때문. 16일 포항 삼성전과 18일 대전 NC전에서는 대타로 한 번씩 나와 무안타에 그쳤다. 19일 대전 NC전과 20일 대전 kt전때는 선발 출전기회를 얻었는데, 4타수 1안타씩 기록했다. 그나마 선발로 나왔을 때가 나았다. 20일 kt전때는 한국무대 첫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폭스는 다시 벤치에서 대기하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23일 광주 KIA전 때 대타로 한번 더 나왔다. 물론 이때도 안타를 치진 못했다. 결과적으로 폭스는 대타로서는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선발로 나와 3~4타석을 꾸준히 나오면 안타를 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데 왜 폭스는 선발로 나오지 못할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허벅지 부상의 여파 때문이다. 회복은 됐지만, 데미지는 남았다. 그래서 전력 질주가 어렵다. 주루 플레이나 외야 수비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수비력이나 타격 능력 또한 기존의 코너 외야수들(김경언 정현석 최진행) 보다 낫다고 하기 어렵다. 애매한 실력 때문에 김성근 감독으로서도 선뜻 선발 기회를 주기 어렵다. 가뜩이나 최근 한화는 치열한 5위 싸움을 하는 상황. 선수 기용에 관해 여유있게 시험을 해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이로 인해 폭스의 현재 위치는 '전문 대타'로 거의 굳어진 상태다. 앞으로도 경기 중후반 이후 승부처에서나 간혹 등장하게 될 공산이 크다. 폭스는 "어떤 위치가 됐든 팀에 보탬이 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지만, 팀으로서는 사실 별로 보탬이 될 게 없다. 대타로서의 역량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폭스는 포수 장비를 차고 수비 훈련을 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반에 포수가 필요해지는 상황이 나올수도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대타나 대수비 작전으로 인해 포수를 모두 소진하게 되면 폭스가 임시로 포수를 하게될 수도 있다는 것. 그나마 이렇게라도 폭스의 활용도를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폭스는 '안쓴다'기 보다는 '못쓰는' 선수로 봐야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