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지고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일반적으로 타자들은 경기 전에 배팅볼 투수가 던지는 공을 받아치는 연습을 한다. 투수 마운드보다 조금 앞쪽에 선 배팅볼 투수들은 앞에 안전망을 세워놓은 채 전력으로 공을 던져준다. 직구 뿐만 아니라 변화구도 던지는데, 구종과 코스는 미리 알려줘 타자들이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포인트다.
타자들이 이런 배팅볼을 받아치는 건 기술 연습보다는 '점검'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공을 받아치는 과정에서 스윙 궤도나 스피드, 또는 타격 밸런스와 자세를 체크하고 교정하는 게 주목적이다. 때문에 타자 주변에는 타격코치와 때로는 감독까지 서 있다. 연습을 하고 빠지는 선수들에게 즉각적으로 수정할 점을 지시하기 위해서다.
때로 타자들은 타구의 질이나 방향 등을 보면서 자신의 타격밸런스를 체크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한화 이글스 '캡틴' 김태균이다. 김태균의 연습 타격 때 타구 방향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의 페이스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우측으로 향하는 타구, 즉 '밀어치는 타구'가 많이 나올수록 김태균의 타격감은 좋다.
지난 22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김태균에게서 그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태균은 이날 경기전 연습 타격에서 약 30개의 타구 중 25개 이상을 중견수-우익수 방면으로 날려보냈다. 그러다 간혹 힘있게 잡아당긴 타구는 좌측 펜스 너머로 날아갔다. 김태균은 수시로 자신의 타격 폼을 재조정하면서 타구를 의식적으로 밀어치려 하고 있었다.
연습을 마친 김태균은 "일부러 그쪽 방향으로 타구를 보냈다기 보다는 이제서야 내 타격 밸런스가 회복됐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 동안에는 타격감이 안좋아 자꾸 잡아당기는 타구만 나왔다. 그건 내가 감이 안좋을 때의 모습이다. 하지만 밸런스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향하는 타구가 나온다. 내가 무리하지 않고 밀어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태균 역시 이날 연습에서 타구가 가운데-오른쪽 방향으로 형성되는 것이 흡족한 듯 했다.
이런 모습은 곧바로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김태균은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팀 타선의 핵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특히 6회초 2사 후 KIA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치면서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이후 한화는 김경언의 내야안타와 김회성 최진행의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득점을 만들었다. 김태균이 홈에 들어왔는데, 이게 결국 결승점이 됐다.
김태균은 한화의 7연패 기간에 타격 부진으로 인해 팀에 기여하지 못한 점을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21일 대전 kt 전에서 한화가 연패 탈출에 성공하기 이전에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러나 김태균은 팀의 연패탈출에 발맞춰 부진을 털어냈다. kt전에서 홈런을 치며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은 데 이어 바로 다음 KIA전에서 3안타로 맹위를 펼쳤다. 연습 과정에서 그의 부활은 이미 짐작됐다. 이제는 그 감이 오래 이어질 지 지켜볼 일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