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의 삶은 외롭다. 주변에서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고향과 사람이 그립다. 그래서 타지에서 자국 사람들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전혀 모르던 사이라도 금방 친해지는 이유다.
불가리아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일리안 미찬스키(30·수원)에게 한국은 외국이다. 아시아는 축구인생에서 처음 경험하는 무대다. 2003년 불가리아 피린1992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폴란드와 독일 등 줄곧 유럽 팀에서만 뛰었다.
수원 입단을 위해 지난달 22일 한국 땅을 밟은 일리단은 한 달도 안돼 불가리아인을 만나 외로움을 덜었다. 사연은 이렇다. 일리안은 최근 불가리아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일리안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불가리아 출신 미남 셰프 미카엘 아쉬미노프가 출연한 한국방송 프로그램을 지켜본 뒤 미카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꼭 한 번 가보라고 추천했다.
때마침 일리안도 이태원에 위치한 미카엘 셰프의 레스토랑에 갈 일이 생겼다. 섭외를 받은 지상파 스포츠 프로그램 장소가 공교롭게도 미카엘 셰프의 레스토랑이었던 것이다. 들뜬 마음을 안고 찾은 식당에는 역시 미카엘 셰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리안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였다. 식당 영업 종료시간은 30분 뒤였다. 그러나 미카엘 셰프는 오후 4시까지 식당 문을 닫지 않고, 일리안과 오래 알았던 친구처럼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재미있는 사실도 알아냈다. 미카엘 셰프의 아버지가 불가리아 축구선수 출신이었던 것이다.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미카엘 셰프가 자연스럽게 일리안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화두를 던진 셈이다.
또 미카엘 셰프는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수원-대전전을 관전, 후반 14분 교체투입된 일리안이 뛰는 모습을 지켜봤단다. K리그에서 불가리아 출신 선수가 활약하는 것은 생소한 일이다. 때문에 일리안이 홈 경기를 치르는 날에는 될 수 있도록 경기장을 찾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