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와 상관없이 선발 투수가 감독도, 팀도 살린 꼴이었다.
한화와 NC의 시즌 10번째 맞대결이 열린 18일 대전구장. 한화 선발 탈보트의 투구에 이목이 집중된 날이었다. 그는 지난 11일 고양 다이노스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71개의 공을 던졌다. 단 이틀만 쉬고 1군 무대에 선발 등판하는, 누가 봐도 무리가 따르는 일정이었다.
구단 입장에서는 그가 조기 강판 당하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다. 경기 후 김성근 감독을 향한 거센 비판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팀 마운드 사정이 어려워도 사흘 전 선발 등판한 투수를 이처럼 기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내일'이 없는 포스트시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탈보트가 김 감독을 살렸다. 투혼, 투지로 포장할 필요도 없이, 최악의 조건에도 잘 던지며 사령탑을 구했다. 그는 이날 7⅓이닝을 6피안타 2실점으로 막았다. 113의 공을 던지면서 볼넷은 4개, 삼진은 2개였다. 평소와 다름 없이 직구도 140㎞ 중반대에서 꾸준히 형성됐다.
첫 실점 장면은 5회 나왔다. 1-0으로 앞선 가운데 선두 타자 지석훈에게 동점 좌월포를 얻어 맞았다. 볼카운트 2B2S에서 주무기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렸다. 7회에는 제구가 흔들렸지만, 결국 버텨 냈다. 선두 타자 이종욱에게 볼넷, 1사 1루에서도 지석훈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김태군을 1루수 파울 플라이, 박민우는 3루수 직선타로 요리했다.
8회가 아쉬웠다. 김종호에게 볼넷, 곧바로 폭투까지 범하며 무사 2루 위기를 맞았다. 후속 타자는 나성범. 2루 땅볼이 나오며 2루 주자 김종호를 3루까지 보냈다. 4번 테임즈의 타석. 한화 벤치는 고의4구를 지시했다. 걸음이 느린 이호준을 상대로 병살타를 노리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호준은 1사 1,3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날렸고 탈보트는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행히 구원 박정진이 승계주자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탈보트는 2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탈보트 호투는 비록 승리와 연결되지 않았지만 김성근 감독뿐만 아니라 팀까지 살렸다. 그 간 많은 투구를 해 지칠대로 지친 권혁은 '데이 오프'였다. 윤규진은 오른 어깨 충돌 증후군 진단을 받고 재활군으로 이동했다. 최악의 경우 한 달간 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탈보트가 113개의 공으로 8회까지 마운드에 올라 불펜을 아낄 수 있게 해줬다. 한화는 탈보트-박정진으로만 경기를 끝냈다.
대전=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