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에게 올시즌 팀이 가장 좋았던 시기를 꼽아달라고 하면, 불펜이 든든했던 전반기 중반을 얘기한다. 이 시기에 젊은 투수 심동섭(24)과 한승혁(22), 베테랑 최영필(41) 등 중간투수들이 든든하게 뒷문을 지켜주면서 마운드 안정이 이뤄졌다. 타선 부진이 이어졌지만 불펜 덕분에 '지키는 야구'가 가능했다. 불펜이 선발진과 함께 흔들렸던 전반기 막판에 KIA는 연패에 빠져 휘청거렸다. 셋업맨 심동섭의 구위가 떨어졌고, 한승혁은 제구력 난조에 시달렸다.
KIA는 최근 몇 년간 불펜 붕괴로 고전했다. 김기태 감독 체제로 시작한 이번 시즌 당면 과제 중 하나가 불펜 안정화였다. 다행히 윤석민이 지난 3월 초 미국에서 복귀해 뒷문을 맡으면서, 마무리를 준비했던 심동섭을 중간으로 돌릴 수 있었다. 또 한화 이글스에서 이적한 김광수가 불펜에 힘을 보탰다. 시즌을 돌아보면, 불펜이 좋을 때 팀이 가장 좋았다.
불펜이 불안 조짐을 보이자 KIA 코칭스태프는 새 외국인 투수 에반 믹을 중간계투로 전환했다. 후반기에 합류한 에반은 불펜을 거쳐 선발로 나섰는데, 한 경기 만에 보직이 바뀌었다. 조쉬 스틴슨의 선발 등판 경기 때 주축 타자 브렛 필이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도 내린 결정이었다. 불펜 안정이 그만큼 중요했다.
최근 KIA 구원투수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 주말 LG 트윈스와의 2연전에서 KIA 불펜은 6⅔이닝을 책임지면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양현종이 선발로 나선 15일에는 7회 2사후 에반이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윤석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선발 서재응이 4회 2사후 마운드를 내려온 17일에는 불펜이 풀가동됐다. 1-2로 리드를 내준 상황에서 김광수 심동섭 최영필 한승혁이 차례로 등판했다. 8회 한승혁이 1실점했으나 우익수 신종길의 아쉬운 수비가 있었다. 불펜이 지켜줘야 경기 후반에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다.
지난 14일 삼성 라이온즈전 때는 홍건희가 선발 임준혁에 이어 등판해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선발, 롱릴리프가 가능한 홍건희가 길게 던져주면서 불펜투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지난 13일 삼성전에서는 에반이 5회 등판해 1이닝 2실점한 후 심동섭(1이닝) 한승혁(2이닝) 박정수(1이닝)가 4이닝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경기 흐름에 따라 승패가 갈라질 수밖에 없었지만, 불펜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최근 8경기에서 KIA 구원진은 2승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했다. KBO리그 10개 팀 중 평균자책점 1위다. 이 기간에 KIA는 5승(3패)을 거뒀고,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3.83을 찍었다.
불펜이 지금 페이스를 유지해준다면, KIA의 5위 싸움에 탄략을 받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