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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곤의 인상적 의지와 한국농구의 병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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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오세근이 처음부터 그런 파워를 갖게 된 것은 아니다.

제물포고 시절부터 그는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왔다. 한마디로 중독수준이었다. "하루라도 바벨을 들지 않으면 불안했다"고 오세근은 당시를 말하기도 했다.

김동광 대표팀 감독은 "오세근이 그립다"고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빠져 있다. 결국 리그 최고의 파워를 지닌 센터로 성장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타고난 파워는 아니었다.

최근 2~3년 간 대학생 유망주들이 많이 나온다. 그들은 대부분 '모델 몸매'다. 이종현 최준용 문성곤 한희원 등이 모두 그렇다. 예전 김종규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국내 농구는 벌크업에 대한 오해가 매우 많다. 예를 들어 '벌크업이 단순히 몸무게를 불리는 작업'이라든가, '벌크업을 하면 순발력이 더욱 떨어진다'와 같은 인식이다. 여기에서 대표적으로 실패한 케이스가 송영진 kt 코치다. 중앙대 시절 뛰어난 파워포워드였던 송 코치는 프로 데뷔 이후 외국인 선수와 경쟁하기 위해 10㎏ 정도 몸무게를 불렸다. 하지만 스피드가 느려지는 역효과를 얻었다. 벌크업 자체가 근육량을 늘린다는 의미인데, 몸무게를 늘렸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몸무게를 환원시켰다. 사실 벌크업을 하면서 순발력을 유지, 향상 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김상식 대표팀 코치는 "매우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인내와 근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세계농구의 추세는 '더 이상 벌크업없이 살아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유가 있다. 초창기 농구는 몸싸움에 대해 엄격히 금지했다. 때문에 단순한 핸드체킹과 범핑만으로 파울을 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싸움에 대한 허용범위는 극단을 치닫고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현대 농구에서 흥미도를 극단으로 하기 위해서는 볼이 없을 때 움직임에서 일상적인 몸싸움은 오히려 권장하는 듯한 느낌이다.

농구월드컵이나 NBA를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은 유재학 감독의 지도로 많은 체력훈련을 했다. 하지만 후반전 쉽게 지쳤다. 국내에서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몸싸움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볼없을 때 몸싸움은 사실상 손을 쓰지 않는 격투기 수준이었다. 몸과 몸으로 부딪히는 충돌에 심판진은 당연하다는 듯 바라봤다. 대표팀 선수들은 쓰지 않았던 근육을 쓰면서 좀 더 쉽게 지쳤다.

이 부분은 전술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다. 가정을 해 보자. 특정 에이스를 막기 위해 수비수가 해야 할 가장 첫번째 행동. 볼이 없을 때 마크를 하면서 몸으로 부딪히는 범핑이다. 그래야 에이스의 밸런스를 미세하게 흐트러뜨릴 수 있다. 반대로 공격수의 경우 공을 잡기 전 순간적인 충돌로 슛이나 돌파를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농구 선수들에게 파워는 없어서는 안될 무기다.

NBA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벌크업에 성공하면서 경기지배력을 늘렸고, 국내 최고의 가드 양동근 역시 상대를 압박하는 파워가 가장 큰 무기다.

그런 의미에서 고려대 문성곤의 발전의지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는 1m96의 스몰포워드다. 그의 수비 스텝은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이다. 외곽 수비수로서 좋은 높이와 순발력, 그리고 본능적인 스텝의 활용까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압박감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두 가지 지적 모두 매우 의미있다.

17일 동부와의 경기가 끝난 뒤 문성곤도 이 말에 대해 동의했다.

그는 "수비는 항상 신경쓰는 부분이다. 압박감이 부족하다는 말에 대해서는 많이 느끼고 있다. 예를 들어 KGC 양희종 선배는 수비를 할 때 위압감이 있다. 스피드와 파워를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문성곤의 파워는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83㎏ 정도였던 몸무게를 6㎏ 정도 늘렸다"고 했다. 벌크업의 시작점에 서 있다. 그는 "일단 내 키만큼의 몸무게를 늘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100㎏ 안팎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미.

한국농구는 매우 정적이다. NBA는 매년 자신의 약점을 메우면서 기량을 업그레이드된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면 국내농구는 변신을 그만큼 보기 힘들다. 베테랑이나 유망주나, 프로나 아마나 모두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의미, 구태의연한 지도자들의 지도력 등이 결합한 쓰린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성곤의 현실인식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올해 22세다. 그는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많은 선수다. 파워를 장착했을 때 그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