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시기가 드디어 왔다.
주전 한명이 선발에서 빠져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으로선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지만 선발로 나가지 못하게 되는 선수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외야에 자리는 2개인데 박한이 박해민 구자욱의 3명이 경쟁을 한다. 어느 팀에가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삼성에선 결국 1명은 벤치에 앉아야만 한다.
이런 고민은 박한이가 갈비뼈 부상으로 나가고 그 공백을 구자욱이 메우면서부터 시작됐다. 구자욱은 박한이가 빠진 1번자리에 나가면서 17일 현재까지 타율 3할7푼3리의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빠르면서도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박해민은 폭넓은 중견수 수비에 빠른 발로 한몫한다. 41개의 도루로 도루 랭킹 1위다. 2번 타자로서 작전수행능력도 좋다. 무엇보다 못잡을 것으로 보인 타구를 귀신같이 잡아내는 빼어난 중견수 수비는 리그 톱이다.
박한이는 부상에서 막 돌아왔지만 건재함을 과시했다. 2군에서 실전경기 없이 올라와 경기감각을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복귀전이었던 15일 포항 한화전서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16일엔 8회3-4로 뒤진 8회말 2사 만루서 한화 마무리 권 혁을 상대로 역전 우전안타를 터뜨렸다. 커트를 잘해 상대를 괴롭히고 발이 빠르지는 않지만 주루 센스는 뛰어나다. 게다가 테이블세터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방을 터뜨리는 클러치 능력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15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쳐야할 그에겐 크나큰 동기부여도 있다.
3명의 장점이 확실해 누가 나가도 고개를 끄덕이고 누가 벤치에 앉아도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이승엽이 허벅지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간 사이 박한이가 올라와 교통정리가 필요없었다. 이승엽이 맡던 지명타자 자리에 1명이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이승엽이 돌아오며 말로만 해오던 3명의 경쟁이 진짜 시작됐다.
류중일 감독은 "정말 행복한 고민인데 생각을 해봐야한다"고 했다. 그가 내놓을 '솔로몬의 지혜'가 궁금해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